[사설]언론사 피습은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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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한민국 고엽제 후유의증 전우회' 소속 회원 일부가 한겨레신문 사옥에 난입, 기물을 파손하고 폭력을 휘둘러 신문 발행이 차질을 빚는 사태가 엊그제 발생했다.

한국군이 베트남전에서 양민을 학살한 것처럼 한겨레신문이 보도함으로써 자신들의 명예를 실추시켰을 뿐만 아니라 고엽제 손해배상 소송 재판에도 나쁜 영향을 주었다고 전우회 회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다양한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사회에서 언론보도와 관련한 시비의 소지는 많다.

언론의 공정성.정확성.객관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이 아무리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려 애쓰더라도 본의 아니게 보도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반론권 요청에서 제소에 이르는 각종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한겨레신문 보도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전우회 소속 회원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언론사에 집단난입해 분풀이를 하는 것은 선후배 전우들이 싸워 이룩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다. 당연히 법과 이성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응했어야 마땅하다.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토대다.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논평 활동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받아야 한다.

자신들의 이해에 반(反)한다고 언론사에 뛰어들어 제작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다.

차제에 우리는 언론이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대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보수언론이 있으면 진보언론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언론의 다양성은 언론자유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다. 언론사 간에도 서로의 색깔차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존의 자세가 필요하다.

언론자유라는 '공동선' 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렇다.

다른 의견의 존재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우리 언론의 옹색한 태도가 피습사태와 같은 불상사를 자초한 측면은 없는지 언론 스스로도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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