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탈리아 식당 1년전 예약해야 식사가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도쿄(東京) 긴자(銀座)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베토라. 이 곳에서 저녁 한끼 먹으려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올해분 예약은 지난해 10월 모두 끝났고 내년 예약은 아직 받지 않는다.

긴자에 있지만 고급은 아니다. 뒷골목이라 찾기도 어렵다. 저녁 메뉴는 1인당 3천8백엔(4만원 가량)짜리 하나. 주인 겸 주방장 오치아이 쓰토무(落合務.53)의 인기는 '카리스마' 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그도 3년 전 개업할 때는 손님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다. 하지만 개점 한달 만에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예약이 밀려들었다.

점심은 무조건 선착순이다. 그러나 적당히 점심시간에 맞춰가면 1시간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날씨가 좋으면 오전 8시30분쯤부터 줄을 선다.

부근엔 라베토라에서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을 받으려는 이탈리아 식당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가게가 좁아 점심 80명, 저녁 60명 정도가 정원이다.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모르겠다. 알면 누구나 따라해 성공하지 않겠느냐" 고 했다.

"공개된 조리법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요리할 뿐" 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탈리아인 손님이 "바로 이 맛이야" 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각오다. 물론 일본풍으로 바뀐 이탈리아 음식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은 본바닥의 맛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맛은 기억' 이며 이탈리아인의 그 기억을 일본에서 그대로 재현해 내겠다는 게 그의 요리철학이기 때문이다. 체인점을 낼 계획은 전혀 없다.

"맛을 포기하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한 사업가보다 '요리 잘 만드는 아저씨' 란 말을 더 듣고 싶다."

전공은 원래 프랑스 요리였다. 뉴오타니호텔 프랑스 식당에 입사해 1976년 프랑스에서 연수도 받았다.

귀국길에 나흘간 로마에 머물게 된 게 이탈리아 요리에 빠진 계기가 됐다.

78년부터 4년간 이탈리아에 유학을 다녀와 16년간 월급쟁이 요리사로 일하다 라베토라로 독립했다. 지금까지 여섯 권의 요리책도 펴냈다. 2남1녀 중 장남(25)이 이탈리아 요리사 지망생이다. 잠시 데리고 일했지만 스스로 독립하라고 내보냈다.

라베토라는 능력있는 종업원에게 넘길 생각이다. 작은 식당이라도 '세습경영' 은 안된다는 게 그의 신조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