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러고도 총리 할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직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인사청문회의 결과를 보면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가 국무총리직에 임명되기엔 자질이나 도덕성에서 중대한 하자(瑕疵)가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국세청 등 정부 기관들이 인사청문회가 요구한 자료를 제대로 내놓지 않거나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혹 속에 미흡하게 치러진 청문회였지만, 李총리서리는 몇가지 점에서 공직자로 임명되기에 부적합한 불법 행위를 저질렀고 특히 국무총리로서 갖춰야 할 도덕성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李총리서리는 그의 정치적 활동과정에서 말을 자주 바꾸었으며 오로지 권력만을 지향하는 해바라기 성향임이 입증됐다.

그는 5공 군사정권 때 정치에 입문해 수많은 변신을 거듭하고 수없이 말을 바꾼 것을 정치적 상황 탓으로 돌리고 정치를 하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듯이 주장하고 있다.

그는 선거 때의 공약과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것을 3개월도 채 못돼 뒤집은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이는 단순한 말 바꾸기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특히 그는 보수적인 노선을 주창하고 줄기차게 대북 포용정책을 비판해 왔으면서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의 근본기조는 한번도 비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니 이는 명백한 거짓증언이라고 본다.

또 그가 광주 민주화운동을 5공 청문회 때 처음 알았다고 말하니 이 또한 위증에 속한다.

그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명됐다. 그는 부인이 불법으로 된 농지 매입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임시로 옮긴 위장전입 행위에 대해 구구하게 '허위기재' 라고 넘어가려다가 주민등록법 위반임을 시인했고, 또 농지법을 위반해 놓고도 '자경(自耕)' 운운 하다가 위법 행위를 시인했다.

법률가로서 그의 경력에 맞지 않게 법률 지식으로 사태를 얼버무리려는 데 악용하거나 법 자체를 무시한 행동을 한 것이다.

그는 또 상당한 재산가이면서 최근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스스로 상당한 수입이 있음을 자인하면서도 그것을 변호사 사무실을 기준해 처리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재산관리상에 허위사실이 게재해 있음을 뜻하는 것이며 정직성에서 큰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우리는 李총리서리가 도덕성에 있어서나 과거의 불법적 행위로 볼 때 국무총리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보다 못한 탈법 행위로도 공직에서 물러난 과거의 사례를 생각하면 그는 의당 총리 지명을 스스로 사양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거짓 증언과 불법 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략적인 사유로 국무총리 지명이 고수되고, 또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된다면 정부의 법도가 제대로 서지 못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며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뿐이다. 그럴 바엔 왜 청문회를 여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