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끝' 병원엔 환자 '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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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의료계의 집단폐업 사태가 끝난 26일 전국의 대형 병원과 동네 병.의원은 의료진이 모두 복귀해 환자들을 돌보는 등 진료체제가 정상화돼 활기를 띠었다.

일부 병원에선 전공의들이 사죄의 의미로 헌혈 행사를 갖는 등 의사들에게 냉담하게 돌아선 환자들의 마음을 달래기에 애썼다.

○…서울대병원은 폐업기간 중 일반 응급실과 통합 운영됐던 소아 응급실을 이날 오전 8시부터 정상화시켰다.

또 전날 밤부터 환자들을 입원실로 올려보내기 시작, 오전 9시쯤 환자 55명이 입원실로 옮겨졌다.

또 정상 진료에 들어간 다른 대형 병원들도 평소 2배 이상의 환자들이 몰려 연장 근무하는 곳도 있었다.

金현집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본의 아니게 환자들에게 고통을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 며 "밀린 환자를 신속히 진료하기 위해 앞으로 2주일간 매일 2~3시간씩 자원자를 중심으로 연장 근무하겠다" 고 밝혔다.

○…이대목동병원에는 병동 곳곳에 '환자.보호자.지역사회 주민께 진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또 전공의들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그동안 돌봐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며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선 전공의들이 백혈병 어린이 환자들이 입원한 병동을 찾아다니며 보호자들에게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앞으로는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겠습니다" 고 사과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 6백여명은 환자들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병원 앞에 헌혈차 2대를 마련해 놓고 줄지어 헌혈했다.

산부인과 전공의들부터 시작해 과별로 진행된 이날 헌혈행사를 통해 모아진 헌혈증서는 병원내 환자들에게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다.

李평복(34)전공의협의회장은 "그동안 환자들에게 죄송했던 마음과 앞으로 좀 더 나은 의료서비스로 봉사하겠다는 다짐을 전달하고 싶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고 밝혔다.

○…폐업기간 중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국립의료원 등 국.공립병원과 보건소에는 다른 병원의 진료가 정상화함에 따라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 한산했다.

국립의료원의 경우 폐업기간 내내 1백50~2백명의 환자들이 찾았으나 이날 오전에는 60여명에 불과해 그동안 지쳤던 의사들이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高재욱(40)소아과 과장은 "평균 2시간 자면서 하루 50명씩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응급환자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며 "다른 병원들의 진료가 정상화해 정말 다행" 이라고 말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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