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들 해외출장 미 핵과학자에 정보캐기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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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계 각국 스파이들이 해외 출장 또는 여행 중인 미국의 유수한 핵 과학자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회계감사원(GAO)이 의회에 제출한 특별 보고서를 인용, 각국의 스파이들이 해외를 여행 중인 미 핵 과학자들의 호텔방을 도청하거나 소지품을 뒤져 기밀을 빼가는 등의 사례를 적발한 경우가 최근 들어서만 75건이라고 보도했다.

GAO 보고서에 따르면 한 미국 과학자의 경우 매일 밤 매춘부와의 잠자리가 준비돼 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또다른 과학자는 공식 방문기간 중임에도 주최국이 성적 접촉을 주선했으며 그 대상들은 매춘부 1명, 여종업원 1명, 그리고 그가 방문한 기관의 여자 직원 2명 등이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에는 호텔방에서 미국에 있는 부인과 전화로 '빙고게임' 에 대해 얘기하고 나온 직후 로비에서 만난 초빙국 인사가 빙고게임이 무엇인지를 물어왔다는 경험담도 들어 있다.

그는 직감적으로 도청당하고 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한 여성 과학자는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스파이 행위를 증언했다.

호텔방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것을 보았으며 자동카메라가 돌아갈 때 나는 소리도 들었다고 했다.

그녀는 천장에 붙어 있는 화재경보기가 사실은 비밀 카메라였을 것으로 믿고 있다.

또다른 과학자는 누군가가 호텔방에 자물쇠로 잠가 보관한 자신의 컴퓨터에 손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스파이 활동은 중국.러시아.파키스탄.이스라엘 등 스파이 요 주의국은 물론 영국.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의 핵기밀 분실사고 직후 해외여행 때도 똑같은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함에 따라 작성됐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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