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기후협약 책임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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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의 후폭풍이 만만찮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측에서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과 구속력 있는 규제안을 협정에 담지 못한 것을 놓고 중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이를 반박하며 자국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코펜하겐 협정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영국 “중국이 합의 훼방”=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21일 “소수의 몇몇 나라가 녹색 미래로 나아가려는 글로벌 합의를 인질 삼아 몸값을 요구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고든은 이어 “다시는 국제적인 합의 도출 과정이 교착 상태에 빠지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며 “중국 등 힘 있는 소수 국가에 의한 합의 방해를 방지하기 위해 환경 문제를 전담하는 국제 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질’ ‘몸값’ 등 거친 단어를 동원한 브라운 총리의 발언은 앞서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기후변화장관이 거론한 중국 책임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밀리밴드 장관은 2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각국이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50%, 선진국은 80% 감축하는 방안에 선진국과 대부분의 개도국이 지지했으나 중국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밀리밴드 장관은 “중국이 합의안 도출을 가로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일부 영국 정치인들이 정략적으로 발언하고 있다”며 “이 같은 발언은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책임을 줄이고 개도국들을 이간하기 위한 책략”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건설적 역할 했다”=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1일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회의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하고도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며 좌초될 위기에 처한 코펜하겐 협정을 살려냈다고 자평했다.

원 총리는 “갈등이 있었지만 유엔 기후변화협약과 교토 의정서 체제를 지지하는 코펜하겐 협정을 이끌어 냈다”며 “선진국과 개도국의 ‘공통되면서도 차별화된 책임’이란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이어 코펜하겐 협정을 “각국이 함께 노력해 어렵게 얻어낸 결과물로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며 소중하게 인식돼야 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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