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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공대 '주문형 석사' 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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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업체가 자신들의 수요에 맞춰 대학원생의 선발과 교육을 책임지는 '주문형 석사과정'이 국내 처음으로 고려대에 신설된다.


고려대 고위관계자는 22일 "내년 1학기부터 기업체가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학생 중에서 필요한 인원을 선발하고 석사 교과과정을 직접 설계하는 '주문식 교육과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LG전자와 이 교육과정에 합의하고 조만간 정식 계약을 할 예정이며, 삼성전자.삼성SDI.하이닉스반도체 등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관계자는 "어윤대 총장이 직접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주문형 교육과정에의 참여를 적극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가 마련한 방안에 따르면 기업체는 학교가 추천한 학부 4학년생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이들에게 석사과정에 필요한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지원한다. 석사 학위 취득 후에는 해당 기업에의 취업을 보장한다.

또 기업체는 자신들이 희망하는 교수가 특정 강의를 맡도록 결정할 수 있으며, 학생은 기업체가 지정한 교수의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강의에는 해당 기업의 CEO급 인사들이 3년 계약의 교수 자격으로 강의에 참여해 실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고려대 공대는 전자.전기.기계 학과에 이 과정을 설치해 시범운영한 뒤 8개 학과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학교 측은 오는 10월 공대 4학년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학생 모집에 들어간다. 고려대 공대 김수원 학장은 "졸업생들이 취업해도 산업현장에 적응하는 데는 통상 2~4년이 걸리는 실정"이라며 "이공계 학생들의 취업난을 덜고 기업체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디스플레이 부문 김성민 부장도 "기업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는 효율적인 프로그램으로 대학교육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 측은 "공학 부문에서는 기업의 업무가 대학공부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으므로 이 방안은 그 연결고리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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