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문턱 높아져 미리 산 투자자 속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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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중소·벤처기업들의 코스닥시장 진입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공모청약 전 단계에서 투자한 개인이나 엔젤·투자조합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공모주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묻지마’투자에 가담했던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코스닥등록이 좌절된 기업의 투자자들은 원금조차 건지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개장한 지 3개월이 다 돼가는 제3시장에서도 아직까지 코스닥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점도 이같은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코스닥시장 유승환 3시장 팀장은 “코스닥시장에 진입하고 싶어도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코스닥시장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 공모를 통해 돈을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지난해 이후 현재까지 인터넷공모를 실시한 기업들은 5백∼6백개사에 달하지만 이들 중 코스닥시장에 진입한 회사는 5%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기업들은 뚜렷한 사업계획도 없이 인터넷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데다 그럴 듯한 수익모델조차 갖추지 못해 자본금만 까먹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모를 개시하면 1분도 안돼 공모가 끝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른바 ‘1분 클릭’에 승부를 걸었던 투자자들은 쪽박을 차게 된 것이다.인터넷 상에서 웹공간을 제공해 주는 K사의 경우 인터넷공모를 통해 주당 3천원(액면가 5백원)으로 2백명의 투자자를 모았지만 현재 이 기업의 주가는 액면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전에서 인터넷 공모에 참여했던 金모씨(40)를 비롯해 투자자들은 본전의 10∼20%라도 건지려 하고 있으나 자본금이 거의 바닥나 사실상 투자원금을 날린 상태다.

문제는 인터넷 공모기업들은 어느 기업이나 코스닥시장 등록을 전제로 투자자들을 모았다는 점이다.그런데 올 들어 코스닥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증시가 침체하면서 코스닥등록이 좌절되자 문제가 심각해 지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21일 현재 등록심사를 청구한 기업 가운데 스스로 등록심사를 철회한 기업이 20개사에 이르고 있다.등록요청을 했다가 심사에서 기각당한 기업도 24개에 달한다.또 재심의·보류 결정을 받고 코스닥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8개)도 속출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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