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연하' 커플 증가] 전문가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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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요즘 신세대 남자 10명 중 4명이 연상의 여자와 연애를 해봤거나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이른바 '드메 신드롬'.19세기 초 연상의 여자만을 찾아다니며 연애를 했다는 청년 '드메'의 이름에서 유래한 말로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 커플을 말하는'드메 커플'이 여기서 유래됐다.

최진실과 조성민, 영화 '찜'의 김혜수와 안재욱이 그런 것처럼 대부분의 '드메커플'은 연하남자의 강한 밀어부치기로 시작되어 연상여자의 '적극적 수동성'으로 진행된다.

연상의 여자에게 연애감정을 느끼는 남자가 연하의 남자에게 연애감정을 느끼는 여자보다 훨씬 많으며 '남자가 연상의 여자와 사귀는 것'을 찬성하는 비율도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높다고 한다.드메커플은 확실히 남자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상의 여자를 찾는 남자에 대한 시각은 부정적이었다.엄마품을 찾아 헤매는 마마보이류의 남자,아니면 나이든 여자의 안락함이나 경제력에 편승해서 쉽게 살려는 현실파 남자들로 보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그러나 남자들이 주도하는 '드메 신드롬'은 오히려 남성의 성이 진화해 가는 하나의 과정일지 모른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남자들은 본래 '남자다움'이란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힘든 동물이다.사랑하는 여자가 생겼을 때 남자답기 위해서 더 비장해지는게 남자다."널 행복하게 해줄께"라는 남자들의 다짐은 책임감의 또 다른 버전이며 전형적인 남자의 굴레다.

여자가 여자의 굴레를 벗어던지듯 젊은 남자들도 남자다움의 강박관념을 점점 벗으려 한다.그런 점에서 '드메 커플'의 증가는 남자다움의 올드버전을 탐탁치 않아 하는 신세대 남자들의 집단 무의식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연상의 여자를 연인으로 삼을 것 같은 남자 연예인은 누구일까?' 이 조사에서 상위 랭킹을 차지한 연예인은 정우성-송승헌-이정재-배용준 등이었다.흥미로운 것은 이들 모두가 마마보이보다는 오히려 터프가이 이미지가 강한 신세대의 우상들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남성적 매력이 최민수식의 '일방적인 터프함'이었다면 남성미의 새로운 버전은 솔직함이 가미된 '부드러운 터프함'이 아닐까.그것은 여자들의 모성본능을 자극한다.

연상의 여자를 찾는 남자들.그들은 남자도 남자이기 이전에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가진 한 인간이라는 솔직한 속마음을 잘 보여준다.동시에 남자다움의 새로운 개념설정에 대한 흥미로운 과제를 모두에게 던지고 있다.

정혜신 <마음과 마음 정신건강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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