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후 귀환 장태신선장 "북군인들 친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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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반갑습네다. 고향이 황해도 입네까? 통일되면 다시 만납세다. "

월경(越境)14시간 만에 백령도로 무사히 귀환한 결성호 선장 장태신(張泰信.57.백령도 진촌3리)씨는 북한 군인들이 이같이 작별인사를 건넨 뒤 손을 흔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 월북 경위는.

"15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까나리 조업 중 그물이 선박 스크루에 걸려 방향감각을 잃었다.

북방한계선을 넘어 표류하다 오후 7시30분쯤 북한 해안에 도착하자 북한 경비병의 모습이 보였다. "

- 어떤 조사를 받았나.

"3시간 이상 대기하다 오후 11시부터 10분 정도 가족사항과 직업, 월북경위, 북한에 가족이 있는지 등에 대한 간단한 질문을 받았다. "

- 북한 군인들의 태도는.

"대체로 친절했다. 고향이 황해도라고 하니까 관심을 보였다. 배에 엉킨 그물과 밧줄도 군인이 옷을 벗고 물 속으로 들어가 풀어줬다. "

- 식사는 어떻게 했나.

"조사를 받고난 뒤 '배가 고프다. 배에 라면이 있다' 고 하자 '끓여 먹으라' 고 했다.

해안가에서 소주 한 병과 곁들여 먹었다. 북한 군인 2명이 신기한 듯 쳐다봐 '같이 먹자' 고 했으나 사양했다. "

- 잠은 어디서 잤나.

"10평 남짓한 허름한 슬라브 창고에서 잤다. '담요도 갖다 줬다. '잠들기 전 북한 군인이 '날이 밝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고 말해 안심했다. 16일 오전 9시쯤 군인들이 가져온 쌀밥과 물김치.노래미 튀김 등 여섯가지 반찬으로 아침을 먹었다. "

- 정상회담에 관한 얘기도 했나.

"TV로 본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상봉 장면을 얘기했으나 별 반응이 없었다. 金대통령의 평양 방문 사실은 알고 있는 것 같았으나 TV를 보지는 못한 것 같았다. "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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