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상철의 중국 산책] 포커페이스의 시진핑

중앙일보

입력

2009년 12월 18일 오전 7시20분.
신라호텔 영빈관 루비룸에 도착했습니다.
8시부터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 환영 조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날 조찬은
한중우호협회 박삼구 회장께서
여타 한중 친선단체들을 대표해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한국측 참석자들이 30~40명 수준인데다
일일이 시진핑 부주석과 악수하는 기회도 있어
제게는 가장 가까이서 시진핑 선생을 살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중국에
'그 말을 듣고 그 행동을 본다'(聽其言 觀其行)는 말이 있지요.
그에 대한 저의 관찰기는 한 시간의 짧은 것이지만 이 기준에 따른 것입니다.

박삼구 회장의 단순 인사말이 아닌
건의성 제안이 녹아 있는 간단치 않은 환영사가 끝난 뒤
시 부주석이 답사를 하러 작은 단상에 올랐습니다.

그의 음성은 차분했습니다.
흥분은 없었습니다. 떨림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감은 있었습니다.
지난 2005년 한국 방문시 방문했던 광양제철소와 제주도 서복 공원을
이야기 하는 그의 목소리엔 반가움이 묻어 났습니다.
이 때만큼은 표정에도 다소 수줍은 듯한 미소가 돌았습니다.

그는 침착한 표정으로 일관했습니다.
미모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인상으로
'촌스럽다'라고 한 말이 다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와 대화하면서 이내 푹 빠져들었다고 했듯이
그에게서는 '편안함'과 '푸근함'이 느껴지는 바가 있었습니다.

담담한 그의 표정을 보고
참석자들은 '포커페이스'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를 보면서
지난 여름 타계하신 중국의 대학자
지셴린 선생께서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거칠고 변화 많은 세상에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면 걱정할 것이 없으리'라는
도연명의 싯구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누나의 꽃신을 물려받아 신다 친구들 놀림감이 되고
문혁 때는'반동학생'으로 몰리고,
그 말이 싫어 선택한 농촌에서는 '기절할만큼 힘든 노동'을 하는 등
청소년 시절의 고초가 그를 단련시킨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3년 후면 마주하게 될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의 지도자 모습이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3년 후 우리는 어떤 지도자 카드를 내놓게 될까요.
적어도 말을 앞세우는 사람은 아니어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