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재회추진위원회 조동영 사무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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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공항으로 나와 김대중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선 가슴이 찡해져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빨리 1천만 이산가족이 북녘에 남겨둔 가족의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회장 趙永植)의 조동영(趙東瀯.76)사무총장은 최근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교류의 물꼬가 터지면서 이산가족 재회의 기대로 꿈에 부풀어 있다.

평안북도 신의주 출신인 趙사무총장은 1947년 학업을 위해 서울에 왔다가 전쟁이 터지면서 실향민이 됐다.

4남2녀 형제 중 자신과 다른 형제 1명만 월남해 그동안 공직.언론계에 몸 담아 오면서 꿈속에서만 북녘의 4형제를 만나온지 어언 50여년.

현재 북한의 누이 1명만 신의주 인근에 살고 있을 뿐 다른 형제들은 모두 고인이 됐다.

"85년 남북에서 각각 50명의 이산가족이 휴전선을 넘어 가족을 상봉한 뒤 89.92년 두 차례의 남북 방문단은 논의만 되고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실향민들의 아쉬움이 얼마나 컸는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

趙사무총장 자신도 89년 방문단 명단에 포함돼 친지 상봉의 꿈을 키우다가 재회가 무산됐던 아품을 여짓껏 잊지 못하고 있다.

1천만 이산가족 중 현재까지 중국 등 제3국에서 가족을 상봉한 사람은 5백여명 뿐.

"이산가족 중 80세 이상의 노인만 8만여명에 이릅니다. 이산가족 재회는 하루가 시급한 일입니다. "

이산가족재회추진위는 82년 '이산가족 문제를 전세계에 호소하고 문제를 해결해 보자' 는 취지로 이북출신 실향민들이 모여 결성했다.

96년에는 세계 1백53개국 2천1백20만명의 전세계인으로부터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아 '단일 사항 최대 서명' 이라는 기록을 기네스북에 올리기도 했고 매년 9월 20일 이산가족의 날에는 남북 인간띠 잇기 등의 행사도 주최하고 있다.

"북한에서 전해지는 뉴스를 보면 북한의 태도가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만큼은 제발 서신교환과 가족상봉이 가능해졌으면 합니다. "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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