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전세계로 여파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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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으로 민족의 화해.협력 분위기가 고조되자 재일(在日) 한국민단과 조총련 사이에도 화해 움직임이 있고, 미 언론들은 너도 나도 이홍구(李洪九)주미대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있다.

○…민단의 김재숙 (金宰淑) 단장은 15일 조총련에 공식대화를 제의할 계획이다.

민단 배철은 (裵哲恩) 선전국장은 "대화창구 설치와 함께 비정치적인 문제를 공동으로 대처하자고 제안할 것" 이라며 "대화가 이뤄지면 두 단체가 남북 정상회담을 평가하는 공동성명도 발표할 수 있다" 고 밝혔다.

조총련은 회담이 끝난 뒤 별도의 성명서를 발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단과 조총련은 1991년 지바(千葉)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당시 공동 응원단을 만들기도 했으나 94년부터 민단이 일본 지방선거 참정권 운동을 벌이면서 대화가 단절됐다.

○…미 언론의 남북 정상회담 보도가 달아오르면서 많은 언론사들이 이홍구 주미대사와 인터뷰를 했거나 요청하고 있다.

李대사는 13일 오전(현지시간) CNN방송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항출영을 "유쾌한 놀라움(pleasant surprise)"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워싱턴포스트 논설위원 찰스 레인과 단독대담을 가진 데 이어 14일에는 AP통신과 AP TV뉴스.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응할 예정.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평양의 이타르-타스 통신 지사는 외국 언론사들에 정상회담 소식을 알리는 '프레스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상회담 취재단과 북한에 상주하고 있는 이타르-타스.신화통신.인민일보 등에서 파견된 특파원 4명만이 북한의 취재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회담소식을 접하기 어려운 외국 언론사 기자들은 쉴 새 없이 이타르-타스 지사에 국제전화를 걸어 회담 내용을 알아보고 있다.

이타르-타스통신과 제휴하고 있는 외국 언론사들은 회담의 진행상황과 평양의 날씨에서부터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좋아하는 음식에 이르기까지 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

○…한국의 투자가들은 결국 통일에 소요될 엄청난 재정적 부담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13일 보도했다.

CNN은 독일통일 당시 서독인구는 동독의 3.7배, 연간 1인당 국민소득은 3배였으나 한국의 경우 남한인구가 북한의 2배인 반면 국민소득은 남북한이 각각 8천달러(8백80만원)와 9백달러(99만원)로 10배 가까이 차이난다고 전했다.

따라서 10년 내에 북한의 생활수준을 남한의 3분의 1까지 높이려면 남한 국내총생산(GDP)의 10%인 7천억달러(7백70조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미 언론들이 한국전 당시 실종된 미군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신호(19일자)에서 실종된 미군의 행방을 확인하려는 가족들의 노력을 다룬데 이어 월스트리트저널도 13일 한국전에서 실종된 미군 조종사의 행방확인 문제를 1면 주요기사로 취급했다.

저널은 북한이 한국전 종전후 외부와 단절한 데다 옛소련과 중국을 통하는 대북채널도 냉전으로 봉쇄돼 미군 실종자 생사확인이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실종자 가족들은 최근까지도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가 러시아측이 공개한 옛소련의 군사문서를 통해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워싱턴.도쿄〓김진.오영환 특파원,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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