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봉투 보증금제' 겉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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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부 김정옥(39.대전시 서구 도마동)씨는 아파트단지 안에 있는 H슈퍼에서 생활용품을 구입할 때마다 까만 비닐봉투에 담아온다. 봉투는 슈퍼에서 무료로 준다.

이 슈퍼에서는 봉투에 담을 필요가 없는 조그만 물건을 산 고객에게도 봉투를 무료로 주고 있다.

金씨는 "슈퍼에서 자연스럽게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봉투를 돈 주고 살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고 말했다.

환경부가 비닐봉투 사용을 억제하고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쇼핑봉투 보증금제' 가 겉돌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1회용품 사용규제 관련 업무지침을 각 자치단체에 하달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10평 이상의 백화점.쇼핑센터.슈퍼 등의 업소에서는 고객들에게 1회용 봉투나 쇼핑백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업소에서는 봉투나 쇼핑백을 고객들에게 20~50원에 팔고 나중에 이를 가져오면 환불토록 했다.

그러나 백화점 등 초대형 판매업소에서는 이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나 슈퍼 등 소형 업소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있다.

이는 업주나 소비자 모두 이같은 제도의 취지에 대한 인식이 약해진 데다 행정기관의 단속 손길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주도 쓰레기문제해결 시민운동협의회(제쓰협)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제주시내 매장면적 10평 이상 점포 8백21개소를 대상으로 쇼핑봉투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34.7%(2백85개)가 쇼핑봉투를 판매하지 않았다.

슈퍼를 운영하는 최모(51.대전 동구 인동)씨는 "다른 가게에서 봉투를 무료로 주는 데 우리 상점만 봉투값을 받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10평 이하의 소규모 점포에서도 봉투 무료배포를 금지하는 등 규정과 단속을 강화해야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다." 고 말했다.

대전.제주〓김방현.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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