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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통일문학전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988년 납북 혹은 월북문인들의 작품에 대한 해금조치가 단행된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한동안 북한의 현대문학 작품 출간이 붐을 이뤘다.

체제나 이데올로기가 강조된 작품은 제외한다는 것이 당국의 명백한 방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작품들까지 알게 모르게 독자들의 손에 쥐어졌다.

'피바다' '꽃 파는 처녀' 를 필두로 60년대 이후에 씌어진 작품만 수십권에 달했다.

잠깐 동안의 붐이기는 했지만 이 책들이 널리 팔려나간 것은 순전히 남쪽 사람들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똑같은 한민족의 똑같은 언어로 씌어진 작품이 서로간에 읽히지 못한다는 것은 분단현실이 야기한 또하나의 비극이었다.

이데올로기에 침윤된 작품은 그렇다 치더라도 순수한 문학작품조차 '불온문서' 나 다름없이 취급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남쪽의 독자들이 북한의 현대문학 작품들을 한동안 다투어 읽은 것은 1차적으로 그런 금기에 대한 호기심에 지나지 않았고, 북한문학 출판은 반짝 붐으로 곧 시들어버렸다.

문예미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북한 현대문학의 수준은 남쪽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 보편적 이론이다.

하지만 북한의 문학도 90년대 이후 상당한 변모를 보이고 있다.

가령 67년에 확립된 '주체문예이론' 은 92년 김정일(金正日)이 내놓은 '주체문학론' 에 의해 하나의 전기(轉機)를 맞게 되는데 표면적으로는 비사회주의적이고 탈사회주의적인 요인들에 대한 경계를 나타내고 있으나 실제로는 문학적인 변화의 욕구를 은밀하게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문학의 예술적 수준이나 문학적 이데올로기야 어떻든 분단 이후 반세기 동안 북한의 예술과 사회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를 정확하게 살피기 위해서는 북한의 현대문학에 선입관을 가지지 않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문단 일각에서 '통일문학사' 를 정리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남북한의 대표적인 문학작품을 1백권의 책으로 묶는 '통일문학작품' 의 출간사업을 서두르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이 두가지 사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걸림돌이 없지 않지만 오늘부터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 문예진흥원장이 동행하게 돼 문화예술인들은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남북통일에 앞서 문화적 이질감의 극복이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면 언어의 예술인 문학에서부터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첩경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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