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 시리아대통령 사망… 중동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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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하페즈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통한 중동평화구도의 완성과 내부 권력기반 정비를 통한 권력 세습이란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아사드의 사망은 중동평화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사드는 초지일관 이스라엘에 강경입장을 취해오는 바람에 시리아에서는 물론 레바논 등 아랍권 전역에서 존경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제적인 대세에 순응,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받아들였으며 자신의 생전에 이를 타결해 중동평화의 완성자가 되기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국가들도 시리아가 이스라엘과 중동평화협상을 체결한다면 아랍권을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은 아사드밖에 없는 것으로 여겨 왔다.

따라서 그의 죽음으로 중동평화협상은 중대한 장애물을 만났으며 당분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아가 이웃 레바논에 발휘해온 강력한 영향력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사드는 많은 레바논 국민들로부터 이스라엘에 단호히 맞서 싸우는 지도자로 존경받아 왔다.

하지만 외부의 간섭에 반대하는 레바논 국민들이 그의 사망 이후 홀로서기를 시도할 경우 두 나라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시리아 국내에선 권력의 진공상태가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30년 가까이 카리스마적인 위치에 있던 아사드가 평소 후계자로 여겨왔던 아들 바샤르에게 미처 권력을 완전히 이양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사드는 사망 전에 집권 바트당의 전당대회를 이달 말 소집하라고 지시했으며 이 자리에서 바샤르가 후계자로 공식 옹립될 것으로 예상됐다.

더구나 바샤르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부패척결 운동과 고위 공직자 숙청작업을 진두 지휘하면서 사실상 실권을 행사해 왔다.

따라서 바샤르가 부친의 권력을 승계하는 작업은 외견상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집권 바트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의회는 10일 오후 긴급 특별회의를 열어 대통령 출마 제한연령을 40세 이상으로 규정한 헌법 조항을 바샤르의 나이에 맞춰 34세로 낮춤으로써 바샤르를 차기 대통령으로 추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바샤르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군부를 통해 모든 권력을 장악했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군부의 지지를 이끌어내 막강한 권력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는 형이 사망한 1994년 뒤늦게 사관학교에 들어가 군경력을 쌓기 시작해 지난해 대령으로 승진했으나 아직 독자세력을 구축하진 못한 상태다.

때문에 바샤르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자칫 군부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아사드는 시리아 내에서 종교적으로 소수파인 시아파에 속하면서도 강한 카리스마로 다수파인 수니파를 눌러왔음을 감안할 때 아사드의 사망을 계기로 수니파가 다수파의 입지를 회복하려 든다면 바샤르의 권력 장악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사드는 생전에 북한과 비동맹 동지국가로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스커드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국교 수립을 거부해온 시리아가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아사드 주요 일지>

▶70년 11월 국방장관이던 아사드, 쿠데타로 누르 알딘 알아타시 대통령 체제 전복

▶71년 3월 아사드 대통령 선출

▶73년 10월 시리아.이집트, 67년 이스라엘에 빼앗긴 시나이 반도와 골란고원 기습공격

▶73년 11월 11일 휴전

▶74년 6월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 시리아 방문, 67년 단절된 양국 외교관계 회복선언

▶76년 4월 레바논 기독교세력의 요청으로 시리아, 레바논 사태 개입

▶77년 12월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이스라엘 방문으로 시리아.이집트 국교단절

▶80년 10월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시리아의 이란 지지로 시리아.이라크 국교단절

▶82년 4월 이라크 국경폐쇄

▶81년 12월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 병합

▶83년 6월 시리아, 아사드와 불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 추방

▶83년 11월 아사드 심장병 발병으로 입원, 수시간 동안 혼수상태

▶90년 8월 이라크, 쿠웨이트 침공. 시리아, 미국 주도 다국적연합국에 합류

▶91년 5월 시리아.레바논 우호협력 협정체결. 시리아의 레바논 권력중재 역할 공식확보

▶91년 10월 마드리드 평화회담 개최. 시리아, 이스라엘과 평화회담 참가 동의

▶94년 4월 이스라엘, 골란고원 점진철수 통한 평화안 제시. 시리아 거부.

▶94년 10월 클린턴 미 대통령, 시리아 방문

▶2000년 3월 마흐무드 알조흐비 총리 해임

▶2000년 3월 아사드 제네바 방문, 클린턴과 회동

▶2000년 5월 이스라엘, 남부 레바논dp서 철수

▶2000년 6월 아사드 70세로 사망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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