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안 듣는 1세 아기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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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에 내성을 보인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환자가 사망했다. 국내 신종 플루 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에서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은 있지만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17일 “수도권에 거주하는 1세 여아가 신종 플루에 감염돼 타미플루를 복용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1일 폐렴과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며 “사망 전 검체를 확인한 결과 내성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올 초 사고로 뇌손상이 된 고위험군 환자다. 지난달 14일 고열과 기침 등의 증세를 보여 이틀 뒤 응급실을 거쳐 곧바로 입원했다. 입원 당일 신종 플루 확진 판정을 받아 타미플루를 투약했으나 복용일 5일이 지난 22일에 오히려 증세가 악화했다. 의료진은 재검에서 여전히 신종 플루 양성으로 나오자 타미플루 용량을 두 배로 늘려 투약했다. 그러나 이달 1일 숨졌다. 보건 당국은 9일 이 여아의 검체에서 유전자 변이를 통한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앞서 같은 형태의 타미플루 내성 사례가 2건 보고됐으나 모두 완치된 바 있다. 사망자가 다니던 어린이집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확진환자와 의심환자가 있었으나 모두 완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타미플루 내성이 발견되면 또 다른 항바이러스제인 리렌자를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이번 사망자는 너무 어려 리렌자를 투약하지 못했다. 리렌자는 7세 이상부터 처방이 가능하다. 또 생명이 위급할 때 투약하도록 최근 허가받은 주사형 치료제 페라미비르도 시도하지 않았다. 통상 페라미비르는 타미플루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센터장은 “사망자가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것인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나이가 어리고 장애가 있는 고위험군 환자였기 때문에 내성 바이러스가 사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이날 신종 플루 유행 추세가 꾸준히 수그러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항바이러스제 투약 건수는 지난달 초 하루 평균 10만 건이 넘었지만 이달 6~12일엔 2만459건에 불과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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