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클린턴 대화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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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은 8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일본총리의 장례식을 전후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모리 요시로 일본총리와 잇따라 정상회담을 하고 평양 정상회담에 대비한 한.미.일 3각공조를 마무리했다.

金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은 오후 5시15분부터 30분간 오쿠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대화는 힐러리(클린턴 부인)여사 출마로 시작했다. 金대통령은 "힐러리 여사가 잘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고 클린턴 대통령은 "잘 하고 있다" 면서 "힐러리에게 金대통령의 안부를 전하겠다" 고 화답. '

◇ 평양 정상회담 평가〓金대통령이 "12일 평양 정상회담을 한다.

좋은 충고를 바란다" 고 먼저 운을 뗐다.

클린턴 대통령은 "매우 기쁜 소식이어서 흥분됐다.

중요한 회담인 만큼 성공하기 바란다.

정상회담은 동북아의 장래에 영향을 끼칠 역사적 사건" 이라고 의미를 부여.

金대통령은 "역사적 사건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은 미국과 일본이 일관되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북한이라는 입장을 취해준 결과로 본다" 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대화할 때 한꺼번에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지 않겠다.

욕심도 없다. 55년 만에 철조망을 넘어 북한에 가는 것 자체가 터닝포인트이며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간 것처럼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고 응답했다.

金대통령은 덧붙여 "(평양 정상회담에서)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려면 남북관계의 개선은 물론 미.일과도 좋은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얘기하겠다" 고 말했다.

◇ DJ 적임론〓클린턴 대통령은 "金대통령이야말로 북한이 발전하는 것을 설득하고 도와주는 데 가장 적임자라고 본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당신을 도울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 고 지지를 표명했다.

金대통령은 "평가해줘서 감사한다" 고 답례했다.

金대통령은 "2년반 전에 취임해 햇볕정책을 발표했을 때 비난을 많이 했다.

누구도 2년반 만에 정상회담이 성사되리라 믿는 사람이 없었다" 며 "미.일과 전세계가 이 정책을 지지해줘 결국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 이라'며 "인내심을 갖고 일관성 있게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북한 입장을 살펴가면서 햇볕정책을 추진하면 성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고 말했다.

다시 클린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일을 나는 다 하겠다. 이 정상회담이야말로 역사적 사건이고 나는 조그마한 역할을 하더라도 영광" 이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회담 말미에 "많이 도와줘서 감사한다. 평생 친구로 생각하겠다" 며 "아직 젊으니까 퇴임 후에도 업적을 남기길 바란다" 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도쿄〓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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