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 골프장 암행 감사설에 몸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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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같은 때 누가 골프를 치겠나. " (노동부 한 간부)

"당분간 골프채를 아예 창고에 넣어둬야 할 판이다. " (총리실 간부)

공직자들이 골프와 거리를 두고 있다. 최근 사정당국의 잇따른 골프장 암행감찰 때문에 움츠리고 있다.

경기도 L.N골프장 관계자들은 "골프장 암행감시설이 나돈 2~3주 전부터 부킹 요구가 10% 가량 줄고 부킹 취소도 늘어나는 추세" 라고 말했다.

정.관가에선 "6일 현충일에 이어 11일(일요일)을 조심하라" 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12일) 전날인 만큼 다시 골프장을 뒤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해서다.

사정당국은 현충일에 골프를 했던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수십명의 명단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에는 계룡대골프장에 나간 군장성 3명도 포함됐다고 한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현충일과 남북 정상회담, 6.25 등이 겹친 만큼 휴일 골프를 계획한 일부 간부들에게 '좋지 않다' 고 말해줬다" 고 전했다.

재경부는 내부적으로 현충일에 골프을 한 직원이 있는지 은밀히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부처에도 '골프 자제령' 이 잇따르고 있다.

대기업의 한 본부장급 임원은 "일요일인 지난 4일 골프약속을 했던 모 장관으로부터 '곤란하다' 는 연락을 받고 부킹을 취소했다" 고 말했다. 민주당 P의원도 "이미 잡아놓은 스케줄을 취소했다" 고 말했다.

공직사회 일부에서는 가족.친구들과 골프장에 나가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가명이나 렌터카를 이용해 골프장을 찾는 경우도 보기 힘들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김영삼(金泳三)정권 시절의 일률적인 골프 금지령과는 다르다" 고 강조한다.

현충일이나 대형 재해.재난시, 국가 중대사가 있을 경우 공무원들이 자제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불시에 몇몇 골프장을 골라 조사했지만 근무시간이거나 접대.향응.내기 골프가 아닐 경우 문제삼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평양 정상회담 뒤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을 위해 당정개편의 잣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이양수.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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