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도전기 5국' 항우, 자결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38기 왕위전 도전기 5국
[제10보 (165~182)]
黑.이세돌 9단 白.이창호 9단

이창호9단의 포위망(◎)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먼 북소리처럼 은은하면서도 피를 말리는 듯한 공격을 이세돌9단은 말 한마디 없이 뚫고 나간다. 168로 한 점이 잡혔다. 흑의 병사들은 그런 식으로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 천하장사 이세돌이 원없이 싸운 한판이었다. 그러나 이창호의 철벽과 같은 막판 조이기에 흑의 기운은 쇠진하고 있다.

생각하면 도전기 초반 승세를 탔을 때 좀더 일찍 이창호를 격파해야 했다. 그에게 반격의 기회를 준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그때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이세돌은 171로 귀를 지킨다. 174와 176으로 백의 포위망이 겹겹이 둘러쳐지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묵묵히 177로 받아주고 있다. 삶을 포기한 것이다. 그리하여 182로 대마는 싱겁게 죽었다. '참고도'흑1로 움직여도 백△가 자물쇠가 돼 살 수 없는 것이다.

한신과 항우의 긴 전쟁은 이렇게 끝났다. 항우는 마지막에 오강(烏江)에 이르러 배만 타면 살아갈 수 있었지만 스스로 적장에게 목을 내민다. 한신의 십면매복은 돌파했으나 대세가 기울었음을 절감하고 스스로를 한탄하며 죽음을 택한 것이다. 이세돌의 대마도 그렇게 죽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 고침=20일자 본면에서 도전기 5국이 1국으로 잘못 표기되면서 이세돌9단의 흑과 이창호9단의 백이 뒤바뀌는 오류가 있었읍니다. 또한 135~137의 수순도 빠져 많은 혼란을 준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수순은 23일자 총보에 싣습니다. 이런 실수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