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쓸쓸한 추석이 된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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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풍요의 상징인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무색하게 들릴 정도로 올해 추석 경기는 썰렁하다고 한다. 수확도 풍족하고, 인심도 넉넉해지는 계절이 되었지만 곳곳에서 한숨소리만 들려온다. 지난해부터 빡빡해진 살림살이에 시달리고 있는 주부들은 제수용 장바구니를 채울 일이 걱정이고, 불경기를 잊을 반짝 대목을 기대한 상인들도 울상이다. 백화점.할인점.재래시장 모두 올해 추석 경기가 예년만 못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극심한 불경기 때문에 추석이 우울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엔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캠페인 등이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캠페인이 추석 경기를 가라앉히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특히 추석이 최고 대목인 선물용 농산물의 판매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가벼운 선물을 통해 훈훈한 인정을 주고받는 미풍양속이 배척될 정도로 요즘 사회 분위기가 팍팍해지고 있다는 징후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런 점에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을 무조건 배격할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합리적인 선물 문화를 정착시켜 소비심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상공회의소의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그래도 추석은 점점이 흩어져 살던 가족이 고생길을 뚫고 한자리에 모여 가족의 온기를 다시 느껴보는 좋은 기회다. 내 가족뿐 아니라 주위의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고 도와줄 길을 찾아보는 넉넉한 마음을 되살리는 명절이 되면 좋겠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안타깝게도 외롭고 소외받는 우리 이웃에 대한 온정의 손길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고통과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 어려운 때일수록 소중한 것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이다. 생활이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의 마음마저 각박하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훈훈한 인정을 통해 우울한 추석을 날려 버리고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추석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