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예수 탄생 관련 명화 감상

중앙일보

입력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이 날의 뜻을 되새기며 아기예수의 탄생을 다룬 명화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미술쟁점-그림으로 비춰보는 우리시대저자 최혜원(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씨는 “예수의 탄생과 관련된 작품의 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작품 속에서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 동방박사가 어떻게 묘사됐는지 찾아보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1. [수태고지]
가브리엘 천사와 마리아의 만남

최씨가 처음 추천한 작품의 주제는‘수태고지(受胎告知)’.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예수를 잉태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는 장면을 다룬 작품이다. “중세부터 서양 미술의 역사 속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성화(聖畵) 주제 중 하나죠.” 이 주제의 작품엔 천사와 마리아 외에도 대부분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상징이 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백합은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흰 비둘기는 성령으로 마리아에게 잉태될 예수를 상징한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말하는 동안 하늘에서는 빛이 내려와 마리아를 비춘다.

작품 속 배경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마리아가 천사를 만난 곳은 자신의 집. 화가들은 마리아의 집을 소박하고, 검소하게 그려 그의 청빈한 삶을 나타냈다. 안젤리코는 작품 속 마리아의 집 왼쪽에 낙원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를 그렸다. 아담과 이브가 저지른 원죄를 없애고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가 세상에 내려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2. [아기예수의 탄생]
동방박사의 세 가지 선물

옛 화가들은 베들레햄의 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예수의 탄생장면을 다양한 방법으로 상상했다. 대개 마굿간임을 나타내는 가축 몇 마리가 함께 등장하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배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을 묘사했다. 2명의 양치기만 조촐하게 그린 작품부터,수십명의 인파를 묘사한 작품까지 다양하다. “아기예수가 태어난 공간을 마굿간뿐만 아니라 화려한 궁전이나 실내처럼 묘사한 화가도 있어요.”

예수의 탄생을 경배하기 위해 찾아 온 동방박사의 선물을 찾아볼 수도 있다. 동방(페르시아로 추정)의 왕이며 박사들인 세 사람이 별의 인도를 받아 베들레햄으로 찾아가, 아기 예수에게 황금과 유황, 몰약을 바치는 장면이 그것. 보티첼리의 ‘동방박사의 경배’는 겉으로는 수많은 다른 작품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그림 속에 그려진 동방박사의 얼굴은 보티첼리와 동시대에 생존했던 사람들의 얼굴이다. 최씨는 “주로 교회가 작품의 주인이었던 중세시대와 달리, 르네상스 시대엔 일반인이 성화를 주문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보티첼리의 작품 속 동방박사는 각각 이 작품을 주문한 메디치 가문 사람들의 얼굴을 그렸다”고 귀띔했다.

3. [성모자상]
시대마다 아기 예수 형상 다르게 나타나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를 그린 ‘성모자상’은 각 시대에 따라 다른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아기 예수가 마치 작은 어른의 몸처럼 표현된 작품은 비잔틴 시대에 그려졌다. 이당시는 아이를 ‘축소된 어른’으로 생각했기 때문.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와서 예수의 몸은 ‘아기’의 형상을 띄게 된다.

원근감도 발달해, 마리아가 자연스럽게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씨는 “완고하고 엄숙한 표정만이 주를 이루던 중세시대와 달리,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와서는 예수의 고통을 예감하는 마리아의 슬픈 표정,일상생활의 모자 간에서 볼 수 있는 온화한 표정 등 다양한 묘사가 등장한다”며 “작품의 특징과 시대를 연관시켜 보는 습관을 들이면 재미있게 명화 감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설명]루오 전시회를 방문한 최혜원씨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예수와 관련된 작품을 찾아보면 재미있게 명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 사진=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