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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실체를 벗긴다] 6.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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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랑스는 세계 지놈연구에 불을 댕긴 나라다. 1981년 인간필로마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완전히 밝혀내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판 흑사병인 에이즈바이러스도 83년 세계 최초로 구명한 데 이어 85년엔 유전자 완전해독에도 성공했다. 1백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파스퇴르 연구소 등'이 나라는 산학협동에 있어서도 모범국이다.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파스퇴르 연구소와 세계 최대 백신회사로 성장한 제약업체 아벤티스 파스퇴르가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 지놈연구와 산학협동의 현장을 돌아봤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차로 90분 거리에 있는 파스퇴르 연구소. 직원 2천5백여명 중 연구원은 62개국에서 온 연구원 5백명을 포함, 1천1백명에 이른다. 이 중 2백여명은 국립과학연구소(CNRS).의학연구소(INSERM).농업연구소(INRA)등 국책연구소에서 파견된 사람들이다.

세실 튀르카 홍보실장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연구를 하는 연구실 10개, 다른 18개 국가 관련 연구실을 포함해 1백10개 연구실에서 지놈 등 첨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고 설명한다.

연구소 정문을 가로질러 가면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연구실이 있다. 이곳 폴 브레이 연구실장은 "3년 동안 5백억원을 받아 모기에 대한 지놈연구를 하고 있다" 고 밝힌다.

유전자 해독과 기능이 파악되면 말라리아를 비롯한 모기 매개 질환은 완전 퇴치할 수 있다는 것. 모기 유전자해독은 이미 끝난 상태며 현재 기능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곳은 연초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기생충이 사람의 혈액 속에서 암컷의 성비(性比)를 늘리는 방식으로 증식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파스퇴르 연구소는 유전자 치료에 있어서도 선두를 달린다. 바이러스 종양학연구실 피에르 샤르노 박사팀이 최근 에이즈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에이즈.유전병 등 난치병에 대한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샤르노 박사는 "기존 유전자치료가 실패한 것은 치료용 유전자를 병든 세포까지 전달해 주는 매개체(벡터)가 효율적으로 작용하지 못했기 때문" 이라며 "병원성을 제거한 에이즈 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하면 치료용 유전자를 목표 세포까지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고 말한다. 현재 에이즈 바이러스의 위험성 때문에 안전성을 연구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유럽연합(EU)국가로 유전자 치료에 관한 국가적 통제를 받고 있다.

이 연구소가 지금까지 획득한 특허는 3백여종. 지난 한해에만 30여개의 특허를 신규 등록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는 51개이며 이중 23개는 산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이곳과 산학협동을 하는 주요 산업체로는 백신 분야의 아벤티스 파스퇴르, 위생분야의 P&G사, 진단 분야의 바이오라드사가 있다. 튀르카 실장은 "이런 기업들은 연구소에 지속적으로 연구비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기업과 관련된 해당 연구소 업적에 대해 독점권을 갖는다" 고 설명한다.

교육센터 또한 이 연구소의 자랑이다.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한성준 박사는 "엄격한 선발기준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데 지난 한햇동안 이 교육센터에서 공부한 학생은 26개국 2백17명이었다" 고 들려준다. 교육은 이곳뿐 아니라 프랑스 명문 대학과도 연계를 맺고 있다.

정문에서 조금 들어가면 파스퇴르 연구소의 핵심기구인 에이즈 바이러스 연구실이 있다. 바이러스 면역학 연구실 장루이 비렐리저 실장은 "에이즈 연구에만 세분화된 12개 팀이 있고, 이곳에서 2백여명의 연구원이 일한다" 며 "이곳이 바로 에이즈 바이러스의 발견과 유전자 해독, 현재 개발 중인 백신연구 등 에이즈 연구의 산실" 이라고 밝힌다.

백신개발 시기에 대해 그는 "에이즈 바이러스는 면역체계를 피해 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법의 백신을 만들기 위해선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 이라고 전망한다.

"지놈 연구를 비롯한 과학적 연구결과는 마약 중독과 같이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해야 가능하며 정부와 기관은 비즈니스 개념이 아닌 문화와 예술에 대한 투자를 하듯 끊임없이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는 것이 그의 지론.

연구결과를 환자에게 직접 적용하기 위해 알레르기센터.백신접종 및 여행자클리닉.광견병치료센터 등이 운영된다.

연구의 세계화를 위해 세계 각지에 20여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도 이 연구소의 자랑이다. 비렐리저 실장은 "지구촌 어디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달려간다" 고 역설한다. 지금도 이곳 연구원이 캄보디아 프놈펜에 파견돼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

필립 쿠릴스키 연구소장은 "지놈 연구와 포스트 지놈 시대를 맞이하는 21세기에도 연구소는 '모든 연구결과가 공공의 건강 증진이란 목표를 위해야 한다' 는 루이 파스퇴르의 신념을 지켜나갈 것" 임을 강조했다.

이곳의 올해 예산은 약 10억프랑(약 1천6백억원). 이 중 30%는 정부 보조금이며 산학협동 등 연구소 자체내 수익금이 약 40%, 후원금.연구소 자체내 수익금 등으로 나머지 연구비를 충당하고 있다.

파리=황세희 전문위원

<파스퇴르 연구소 지놈 프로젝트>

- 결핵균

- 나병균

- 소의 결핵균

- 결핵예방접종(BCG)백신 균주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위궤양 원인)

- 페스트균

- 리스테리아균(리스테리아증 유발)

- 캔디다 곰팡이균(각종 캔디다증)

- 아스페르질루스 곰팡이균

- 바실루스 서틸리스(장내 유산균)

- 말라리아 매개 모기'

- 뎅기바이러스

-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 마이코플라자마 풀모니스(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

- 예르시니아균(장염)

*이외에도 결핵예방 접종 백신(BCG)곤충질병 유발균이거나 생명공학 연구에 필요한 포토합투스 루미니슨스균, 사카로 마이세스 세리비시에균, 딕티오스텔리움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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