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당선 소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문학 공부를 시작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까지도 저에게 문학은 낯설고 힘겹습니다. 좀 가까워지자고, 불확실한 것들을 좀 걷어내 보자고 글을 썼는데, 당선 소식을 듣고 나니 이놈은 전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저만치' 앞서가고 있습니다. 남이 써 놓은 글을 비판하고 분석하는 데만 익숙해 있다가 이제 제가 쓴 글 또한 그리 되리라고 생각하니 아득함만 더해집니다.

당선소감을 쓰면서 제 글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까지 염두에 두고 읽으니 저의 독법은 아무래도 좀 윤리적이고 도덕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건 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이라 할 만한 교단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 온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배우고 감각한 것들이 일종의 '해석학적 선입견'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겠죠. 이것이 제 한계임을 인정하면서도, 누구나 선입견을 가지고 작품을 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선입견이 해석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데 소용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감사해야 할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작품을 꼼꼼하게 읽고 엄밀하게 해석하도록 가르치신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현대문학 선생님들, 내 글에 대한 비판적 독해자이자 언제나 나보다 한 발짝씩 앞서 있어서 배울 것이 많은 '연구공간 위드'의 친구들, 나의 해석학적 지평을 넓혀 문학 공부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공을 길러준 서울대학교 SFC 선후배와 동기들, 생활 감각이 무딘 나를 싫어라 하지 않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식구들, 모두 감사합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중앙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족하고 허점이 많은 글을 당선작으로 뽑은 것은 앞으로에 대한 기대가 더 많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정영훈 약력

▶1973년 경남 마산 출생

▶96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1년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현 서울대 강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