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 4일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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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외신종합]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공동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할 용의가 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푸틴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을 이틀 앞둔 이날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푸틴은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에 대해 "미국과 러시아, 동맹국들 또는 유럽 전체에 대한 핵위협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NMD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할 것" 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이 NMD 구축의 주요 이유로 든 북한.이란.이라크 등 '불량국가' 들의 미사일 위협이 사실상 크지 않으며 북한의 미사일 공격능력이 사실일지라도 그것은 미국보다 오히려 러시아에 위협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또 "러시아가 당면한 최대 위협은 비효율적인 경제정책" 이라면서 "법과 질서의 강화를 통해 사유재산을 보호하겠다" 고 말했다.

공산주의 이념에 대해 그는 "아름답지만 매우 위해(危害)한 '동화' 같아 국가의 기초가 될 수 없다" 며 "민주주의만이 공산주의를 대체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한편 클린턴 대통령은 3일 오후 모스크바에 도착, 크렘린궁 만찬에 이어 4일 10여시간에 걸쳐 푸틴 대통령과 공식적인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갖는다.

푸틴의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대면하는 양국 정상은 군축 및 러시아의 경제개혁.체첸사태,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격변하는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이 NMD 구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개정문제가 최대 관심사.

그러나 극적인 절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무기급(weapon grade) 플루토늄 활용에 관한 협정▶미사일 발사 조기예보 체제구축을 위한 자료교환센터 설립 협정 등 4~5건의 문서 서명에 그칠 것이라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5일 오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국가두마(하원)에서 연설하고 오후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과 만난 뒤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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