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앞으로 한달] 시민들 혼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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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7월 1일부터 의약분업이 시행된다. 의료 관행의 일대 혁명으로 불리는 의약분업으로 국민들의 진료.투약 행태도 달라지게 됐다.

정부는 의약분업 예외약품.예외지역을 발표하며 마무리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약품 재분류 등 10개의 요구 조건을 내걸고 오는 20일부터 집단 폐업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의약분업의 개념과 국민생활의 변화 및 과제 등을 알아본다.

의약분업의 취지는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받는다" 는 것이다. 지금처럼 약국에서 아무런 제약없이 약을 살 수 없고, 병원에서 약을 탈 수도 없다.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사야 한다. 따라서 그동안은 약국이나 병원을 한번 찾아감으로써 해결했으나 앞으로는 두 번 걸음을 해야 한다. 그만큼 불편해진다. 초기에는 국민의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이 선진국보다 6~7배나 높아 항생제를 써도 안듣는다고 한다.

항생제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약을 오.남용하는 바람에 국민의료비 중 약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영국의 두배 가량인 30.3%를 차지한다. 의약분업은 이같은 의약품 오.남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 의약분업〓약에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약사가 조제해 주는 전문의약품과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나뉜다.

전문약은 61.5%, 일반약은 38.5%다. 예를 들어 가벼운 감기환자는 일반약인 판피린.콘택600처럼 종합감기약이나 간단한 감기약.해열제 등을 약국에서 종전대로 살 수 있다.

하지만 몸살까지 겹친 심한 환자는 지금처럼 약국에서 조제할 수 없다. 병.의원에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지어야 한다.

◇ 환자 부담〓지금처럼 의원에서 같은 진료와 같은 약을 처방받는다고 가정하면 총 진료비가 1만2천원을 넘는 사람은 약간 올라가게 된다.

중소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는 처방전료가 새로 생기면서 올라가는 것이다.

약을 약국에서 짓기 때문에 약값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병원에서 약국으로, 약국에서 병원으로 다녀야 되는 만큼 초기에는 국민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의약분업이 안착되는 3~4년 후에는 약의 사용량이 절반 이상 줄면서 전체 의료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 약국〓일반약은 의사의 처방없이 약국에서 계속 살 수 있다.

가스활명수.훼스탈 등의 소화제, 화콜.화이투벤.쌍화탕 등 간단한 감기약, 타이레놀.게보린.아스피린 등 해열진통제, 파스.소독약, 박카스.원비디 등 드링크류, 복합 마데카솔.후시딘.세레스톤지.캄비손.사르나로션 등의 외용 연고, 삐콤씨.우루사.아로나민골드 등 영양제 등이다.

반면 잔탁.큐란 등 위장약, 마이신 등 항생제, 낙센 등 해열진통제, 암브로콜.올시펜 등 기침약, 더마톱.유모베이트.라벤다 등 피부연고제, 심장병.당뇨병 치료제 등의 전문약, 라식스 등 이뇨제, 혈압치료제, 호르몬제 등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약국에서 살 수 있다.

◇ 병원〓외래 환자의 경우 병원에서 아예 약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입원 환자는 병.의원에서 약을 받을 수 있다.

외래 환자 가운데 응급 환자, 파킨슨병.한센병(나병)을 앓거나 정신분열증.조울증 등으로 인해 자신 또는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는 병원에서 약을 탈 수 있다.

◇ 주사약〓수술.검사.처치 등 진료에 필요한 주사제, 냉장.냉동.차광이 필요한 주사제 등 32%의 주사제는 병원에서 받아 주사를 맞으면 된다.

나머지의 경우, 예를 들어 감기.몸살 환자가 항생제 주사를 맞으려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주사약을 사와 다시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

◇ 야간.휴일〓응급실에서 약을 탈 수 있다. 다만 급성호흡곤란.맹장염.열성경련 등 26가지 증상의 환자와 고열에 의한 소아 경련 등 8가지의 준(準) 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1만5천~3만원의 응급실료에 대해 의료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이외 단순 감기환자.타박상 환자 등은 응급실료에 대해 보험 혜택을 못보고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 농어촌.산간 벽지〓의원이나 약국이 없는 1천여 읍.면과 4백10여개 섬마을은 의약분업이 적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지명은 시.도지사가 곧 고시할 예정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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