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진단, 내외의 시각차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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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일본경제는 회복기에 접어들었나, 아니면 아직도 침체의 골이 깊은가. 일본경제의 전망에 대한 일본 내외의 시각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금융기구와 해외 언론에서는 연일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일본 국내에서는 "완연하게나마 지표가 호전되고 있다" 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BBC방송은 29일 일본의 4월중 산업생산이 당초 1.3% 증가할 것이라던 예상치와는 달리 0.4% 감소한 것은 아직 일본 경제가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1조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제로금리를 유지하는등 소비진작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경기가 꿈틀거리는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같은 입장이다. 도쿄를 방문중인 스탠리 피셔 부총재는 29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을 만난 자리에서 강력한 주문을 내놨다.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더욱 소비를 진작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추경예산을 조기실행하라" 는 것이다.

공공 프로젝트때문에 국가재정이 어려운 줄은 알지만 경기부양을 게을리해 경제가 또다시 추락하는 것은 전세계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미야자와 대장상은 피셔 부총재에게 "5월 국내총생산(GDP)지표가 나오는 9월까지는 추경예산을 편성할 계획이 없으니 좀 더 추이를 지켜보라" 고 반박했다.

일본 정부는 30일 발표된 4월중 실업률이 4.8%로 3월의 4.9%보다 다소나마 개선된데다 샐러리맨 세대의 월 평균 소비지출이 평균 36만6천3백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늘어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경제기획청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소비가 조금씩 고개를 치켜드는 분위기다. 비행기로 따지면 이륙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야미 마사루(速水優)일본은행 총재도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수입이 회복되자 자본투자를 시작했으며, 이같은 투자는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다음달로 예정된 총선을 의식, 의도적으로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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