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KBS 김인규호의 공영성 다짐을 주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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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김인규 신임 사장 체제의 KBS에 대해서도 국민은 아직 우려를 접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보다 김 사장과 KBS 구성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므로 지난 정권 시절의 정연주 사장처럼 ‘정권 친화적’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장 퇴진을 내건 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되기는 했지만, 내홍(內訌)이 말끔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멀리 갈 것도 없이 해답은 김 사장이 토로한 발언들 속에 들어있다. 그는 지난달 취임 때 “확실한 공영방송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부 입맛에 맞게 방송을 좌지우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KBS를 장악하러 온 게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KBS를 지키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사흘 전에는 일본 NHK의 심층보도를 예로 들면서 기자 아닌 앵커가 진행하는 메인 뉴스 방식을 거론했다. 내년 초에는 공영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 개편도 예정돼 있다. 김 사장의 다짐이 그대로만 실천된다면 KBS는 제대로 된 공영방송이자 국가 기간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도 기꺼이 호주머니를 털어 수신료를 올려 줄 것이다.

공영방송 KBS의 주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국민이다.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하며, 보도는 공정하고 정확해야 한다. BBC나 NHK처럼 방송 신뢰도의 방파제 역할을 자임(自任)해야 한다. 또 재난 같은 비상사태 때는 모두가 의지처로 삼는 방송이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해 촛불시위 때처럼 국민을 선동하기에 바빴고, 막말 방송·막장 드라마로 비판받기 일쑤였다. ‘루저’ 발언 파문으로 프로그램 제작진이 교체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전임 이병순 사장 체제에서 다소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방만한 경영체질도 아직 손볼 여지가 많다.

김 사장의 공언대로 KBS가 명품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우리도 세계에 내놓을 만한 공영방송을 가질 때가 됐다. 2012년 말로 예정된 디지털방송 전환 재원 확보, 수신료 현실화 등의 과제도 전적으로 국민이 공영성 여부를 얼마나 평가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