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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김병현 웃고, 박찬호 울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메이저리그의 '투 코리안스' 박찬호(LA 다저스)와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 빛과 어둠이 교차했다.

25일(한국시간) 나란히 마운드에 오른 둘은 박찬호가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쳐 패전투수가 된 반면 김병현은 위기에 몰린 팀을 구하며 세이브를 추가, 확실하게 마무리 투수 자리를 굳혀갔다.

박은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3회까지 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3 - 0의 리드를 유지, 시즌 5승을 잡아내는 듯했다.

그러나 4회부터 급격한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패전을 자초했다. 박은 6이닝 동안 4사구 8개(볼넷6.몸맞는공2), 4안타 4실점으로 무너졌다.

또 3 - 2로 앞서던 7회초에는 선두 포키 리스에게 동점홈런을 허용, 지난 4월 12일 이후 9경기 연속 피홈런의 불명예도 안았다.

박은 초반 정면승부로 기선을 잡았으나 2점을 내준 후 리드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탓에 도망다니는 악습을 재현, 무너지고 만 것이다.

이날 패배로 박은 시즌 4승4패, 방어율 5.01을 기록했다. 다저스는 10 - 3으로 패했다.

박이 참담하게 마운드를 걸어내려온 반면 '사막의 방울뱀' 김병현은 지난 22일 뉴욕 메츠에 끝내기 안타를 맞고 일격을 당했던 부진을 만회하며 특유의 'K퍼레이드' 를 펼쳤다.

김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서 6-5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8회초 마이크 모건을 구원등판, 1과3분의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 세이브를 올렸다.

다섯타자를 상대로 삼진은 3개.

김은 지난 등판에서 상대타자들이 낮은 직구를 노리고 들어온다는 점을 알아채 이날은 특유의 떠오르는 커브와 휘어져나가는 슬라이더를 주로 구사해 타자들의 방망이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9회초 1사후 루이스 소호에게 우전안타를 내줬으나 후속 이반 크루즈를 삼진으로 잡은 뒤 1루 대주자 마이크 벤저민의 도루를 저지,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은 이날 구원 성공으로 시즌 성적 2승4세이브2패를 기록했으며 방어율도 1.93에서 1.77로 낮췄다.

5년차의 박찬호가 초창기의 도전적인 투구를 되살리지 못하고 도망다니다 패전투수가 된데 반해 김은 겁없는 정면돌파로 타자들을 윽박질러 세이브를 추가했다.

마치 형과 아우가 뒤바뀐 양상이다. 이날 두팀의 승리와 패배는 1위 다이아몬드백스와 2위 다저스간의 승차를 3.5게임으로 벌려 놓기도 해 두선수의 희비교차를 더욱 극명하게 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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