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1 촛불시위 부추기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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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내신 중심의 2008학년도 대입제도에 반대하는 고1들이 거리로 나서는 유례없는 사태가 예상된다. 오늘 오후 서울 광화문 등지에서 열리는 촛불시위에 참여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참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가담 학생은 처벌할 방침이다. 자칫하다가는 교사와 학생이 충돌하는 불상사마저 우려된다. 학생들은 시위 선동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교육 당국도 선도 위주로 대응할 것을 당부한다. 자녀가 집회에 참가하지 말도록 설득하는 것은 학부모의 몫이다.

고교생의 촛불시위는 뚜렷한 집회 주체가 없다. 그러나 이날 광화문에서는 교육 관련 각종 집회가 열린다. 사단법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의 '학교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추모제'와 자유청년연대의 '공교육 살리기 촛불기도회'가 그것이다. 두 단체는 교육인적자원부에 청소년의 과중한 입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촉구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집회 성격으로 미뤄 고교생의 시위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구나 청소년공동체 희망의 이사장은 전교조 위원장 출신이자 현재 민주노총 위원장이다. 어린 학생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두 단체는 학생들을 자극할지도 모르는 집회를 취소해야 한다.

입시 문제는 시위라는 방법으로 풀 수 없다. 실력을 가리자면 시험은 당연히 있어야 하며, 사회란 경쟁이 불가피하다. 마치 제도만 바꾸면 시험이 없는 사회가 가능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어떠한 입시제도를 만들든 평가가 제대로 되자면 실력 대결은 피할 수 없다. 시위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공부하는 것이 더 옳다. 새 대입제도에는 내신뿐 아니라 특기.경력을 고려한 전형, 논술.구술.면접 시험 등 다양한 선발 방법이 포함돼 있다. 이 점을 알려야 한다. 특히 각 대학은 독립적인 입시안을 빨리 발표해 학생들을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