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학] '환경규제'로 기업 경영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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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요즘 우리나라도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일회용품 안쓰기 같은 규제를 하는 것을 모두 알거에요. 선진국은 이런 환경 규제가 더 심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이 선진국 시장에 물건을 팔려면 그 나라의 환경 기준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앞으로 자동차도 쓰고 난 뒤 폐차할 때 85%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야만 수입하겠다고 해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도 재활용 소재를 개발하느라 수천억원씩을 연구비로 쓰고 있답니다.

우리나라 회사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요즘 제품을 만들면서 환경규제를 피하는 방법을 개발하느라 애쓰고 있어요. 그래서 기업들은 환경보호에 너무 신경쓰다 보면 물건을 만드는 비용이 많이 들어 문제라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환경 규제가 강해진다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반드시 약해진다고만 볼 수 없다고 보는 학자도 많아요.

60년대 이후 환경규제와 기업의 경쟁력을 연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환경규제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진다고 주장했어요.

환경규제가 강한 나라의 기업은 오염방지 시설 등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투자할 여력이 모자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경규제를 덜 받는 나라의 기업이 만든 제품보다 값이 비싸져 시장을 빼앗긴다는 이야기랍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하버드대학의 포터(Porter M.)교수를 중심으로 환경규제는 오히려 생산과정의 혁신을 촉진해 생산 비용을 낮추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기업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세심하게 연구하는 과정에서 원료와 에너지를 아끼는 생산공정을 개발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오히려 보다 싼 원자재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으로 비용을 낮추게 된다는 이야기죠. 규제 강화로 폐기물 처리비용은 높아지지만 새로운 공정개발로 폐기물이 나오지 않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최근 일반인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친화적인 기업을 좋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환경상품을 만드는 기업은 이미지가 좋아져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최근 유럽의 페인트 등 도료를 만드는 켐코프라는 회사가 환경규제에 따른 장기 경영혁신을 꾀한 과정을 조사한 보고서는 이런 점을 보여줍니다.

이 회사는 단기적으로 5년동안 환경규제 때문에 연구비와 오염방지 시설 비용 등으로 모든 사업장에서 비용이 5% 정도 더 들었답니다.

그러나 연구개발 결과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게 됐고, 폐기물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이는 등 장기적으로는 이익이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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