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IT] '인터넷 유엔'서 권리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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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인터넷에서 쇼핑사이트를 방문하거나 다른 사람의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주소를 입력해야 한다.

e-메일을 보내기 위해서도 상대방의 주소를 알고 있어야 한다.

현재 닷컴(. com) 아래 등록된 주소가 1천2백여만개고, e-메일 주소의 숫자는 3배 이상 된다고 보면 4천만~5천만개의 주소가 인터넷에 등록돼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주소들 사이에서 정보가 효율적으로 교류되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이들의 이동을 교통정리해 줘야 한다.

이를 우리는 인터넷 루트서버라고 한다. 이 서버를 누군가가 관리해야 하고, 또 주소가 겹치거나 이중삼중으로 할당되지 않도록 정리해야 한다.

이러한 임무를 담당하는 곳이 인터넷주소위원회(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다.

1998년 11월 출범한 ICANN은 앞으로 전세계 인터넷의 루트서버뿐 아니라 IP주소와 도메인 등록 문제를 관장하게 된다. 인터넷 세상의 유엔격인 것이다.

국제기구인 유엔과 다른 점은 ICANN은 민간기구라는 점이다. 더 정확하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등록된 비영리 법인이다.

하나의 민간기구 혹은 비영리 단체가 전세계 인터넷 주소와 도메인 문제를 어떻게 관장해 나갈지 거대한 실험이 시작된 셈이다.

ICANN은 닷컴에 너무 많은 도메인이 있는 점을 감안해 올해 안에 새로운 최상위 도메인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닷컴과 경합할 도메인은 7개 정도로 예상된다. 닷스토어(. store).닷샵(. shop).닷유니온(. union).닷웹(. web) 등이 후보들이다.

정보와 메일의 이동을 관장하는 루트서버를 어디에 둘 것인가, 루트서버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등도 쟁점이다.

이제까지 NSI(Network Solutions Inc.)라는 개인 기업이 루트서버를 관리해 왔고, 주소할당은 IANA (Internet Assigned Numbers Authority)라는 미국의 민간기구가 권한을 행사해 왔다.

NSI는 1천2백만개의 닷컴 도메인 등록을 독점함으로써 지난 10여년간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해왔다.

이에 대해 유럽 등은 "도메인 주소는 세계 모든 인터넷 사용자의 것이지 미국 소유가 아니다" 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루트서버 운영권을 누가 갖느냐, 주소 등록과 할당 권한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주인이 결정된다.

인터넷 유엔인 ICANN은 현재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다.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 정부나 기업, 그리고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인터넷 유엔은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될 것이다.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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