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척어선 늑장 처리 '어민 골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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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감척어선을 빨리 인수해야 맘 놓고 다른 일을 하지요. "

한일어업협정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1백t짜리 채낚기 어선을 감척키로 한 최태윤(崔泰潤.62)씨는 요즈음 골칫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용하지도 않을, 방치된 배를 이상이 없도록 챙겨야 하는 고역 때문이다. 거주지인 포항시내에서 40~50분씩 걸리는 구룡포항까지 수시로 들락거리며 선상의 그물.집어등.냉동장치는 그대로 있는지, 기관실 잠금장치는 훼손되지 않았는지 체크하느라 다른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적잖은 비용까지 써야하는 것이다.

崔씨처럼 쇠로 된 배는 그래도 나은 편. 목선은 조금씩 새들어오는 물을 퍼내는 선주들이 생겨날 정도다.

정부가 보상금액이 확정된지 4개월이 지나도록 감척대상 어선을 인수하지 않은 채 선주들에게 관리를 떠맡기고 있어 어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선주들은 "보상금 수령에 앞서 어업폐지신고서와 어업허가증까지 반납했다" 며 "비용과 시간이 드는 어선관리를 계속할 수 없다" 며 아우성이다.

하지만 인수업무를 맡은 경북도는 지난 1.3월 시.군에 보낸 공문을 통해 "배가 훼손되거나 부품.어구 등을 도난당하면 선주들은 그 만큼 보상금이 깎이는 피해를 보게 된다" 며 "인수때까지 소유자인 선주들이 감척어선을 관리할 것" 을 요구했다.

포항.경주.영덕.울진 등 경북지역 감척대상 배는 1백35척. 지난 1월 이후 지금까지 보상금의 80%(4백70억원)가 지급됐지만 배는 각 항.포구에 방치돼 있다.

감척어선 인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보상금 확보와 관리업체 선정이 늦어진데다 보상금산정 관련 비리가 불거져 검찰수사까지 진행중이기 때문.

경북도는 지난 4월초에 해양수산부로부터 보상금 최종분 1백60억원을 받았고 이 때문에 관리업체 선정도 계획보다 한달 늦은 지난달 10일에야 마쳤다. 검찰수사도 이번 주말에나 마칠 예정이다. 하지만 감척사업을 같은 시기에 시작했던 부산.강원도는 이미 3월말~4월초 인수작업을 마쳤다.

이에 대해 경북도는 "수사가 끝나는대로 시.군, 수협, 어민대표, 관리업체 등으로 인수단을 구성해 6월말까지 기계.장비 등을 확인해 이상이 없는 선박부터 인수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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