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의 평화적 핵이용 4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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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18일 평화적 핵 이용 4원칙을 발표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핵 문제에 관한 투명성 원칙을 재차 천명했다. 최근 일부 과학자에 의해 수년 전 진행된 실험실 차원의 핵물질 실험과 동위원소 분리실험에 쏠리는 국제적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동안 정부의 대응이 허둥거리는 인상만을 풍겨 못마땅하긴 하지만, 이번 발표를 계기로 실체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외부의 의혹이 씻겨지길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사찰이 이뤄지기 전 우리의 의지를 확실히 표명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보인다.

이번에 눈길을 끄는 대목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범위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은 한국의 상황으로 볼 때 피할 수 없는 정책 방향이다. 사실 한국은 19기의 원자로를 수십년 동안 운용하면서 핵원자로의 안전운영 및 활용에 관한 높은 기술과 실력을 겸비하면서도 핵연료주기의 마지막 단계인 재처리시설의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한국이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의 동맹으로서, 자유세계의 수호를 위해 월남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에 파병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충실한 수행자였다는 점에서 매우 억울하고 차별적인 것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도발국인 이웃 일본이 우라늄 농축은 물론이고 재처리 공장을 운용한다는 것과 비교해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러한 차별적 기준을 깨뜨리기 위한 외교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은 우리 과학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의 반미감정을 완화시킬 중요한 계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핵연료재처리 시설 등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도 연관이 있는 문제이자 국제사회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정부는 목표달성을 위해선 보다 더 철저하고 투명한 협조정책과 엄격한 핵물질 관리정책을 펼침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부터 확보해야 한다. IAEA도 과거 한국의 핵투명성 유지를 위한 노력과 한국의 핵 이용 4원칙을 존중하고 평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