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납골당 태부족…화장해도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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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해 말이면 서울과 대전에선 묘지를 구할 수 없게 되고 2012년이 되면 나머지 대부분의 시.도에서도 같은 사태가 빚어진다고 한다. 전국 시.도에서 묘지를 늘릴 계획을 잡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전통적인 매장문화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만큼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사실 매장을 당연시해온 우리의 장묘문화는 시대에 뒤떨어진 관습이었다. 가뜩이나 국토의 가용면적이 부족한 상태에서 망자(亡者)를 위해 매년 여의도 면적만큼의 땅을 할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행스럽게도 국민의 장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최근에는 화장을 원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93년 5.7%에 불과했던 화장 비율은 지난해 44%로 급상승했다. 화장 희망률은 이보다 더 높아 60%를 웃돌고 있다.

이렇게 많은 국민이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는 바람직한 변화가 일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올해 지방자치단체가 화장장과 여기서 나오는 유골을 안치하는 납골당을 짓는 데 지원된 중앙정부의 예산은 126억원이다. 그런데 각 시.도가 내년에 쓰겠다며 50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100억원으로 삭감됐다고 한다. 이렇게 손발이 안 맞으니 일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서울과 울산의 납골시설은 올해로, 부산.광주는 내년이면 고갈된다고 한다. 이제 어쩔 셈인가.

국민의 이중적인 태도도 문제다. 화장과 납골시설 안치는 좋지만 정작 우리 동네에 이런 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죽어도 안 된다고 막는다. 부산.경남.전남에선 부지까지 잡아놓고도 주민들의 반대로 착공조차 못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정부정책은 일관성이 없고 주민들도 막무가내로 간다면 매장도 화장도 불가능해져 묘지대란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자체가 납골시설을 늘리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 화장이 확대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국민도 화장장과 납골시설을 혐오시설로 볼 게 아니라 누구나 거치는 인간 삶의 순환을 위해 필요한 생활시설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