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강상수, 롯데 수호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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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처리하지 못해 다 이긴 경기를 놓치던 나약한 모습은 이제 없다.

롯데 마무리투수 강상수(29)가 특급 소방수로 거듭나고 있다.

강은 지난 주말 SK와 원정 3연전에서 2세이브를 추가하며 14일까지 15경기에 등판, 2승7세이브 9세이브포인트(SP)를 기록해 진필중(두산.13SP)과 임창용(삼성.10SP)의 뒤를 이어 구원부문 공동 3위에 올랐다.

지난해 55경기에 등판해 5승19세이브(24SP)로 절반 이상 뒷문을 책임지지 못하던 때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도약이다.

올시즌 들어 가장 뚜렷한 변화는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점. 강은 지난해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단순한 볼 배합으로 뭇매를 맞았었다.

구질이 단순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초 사이판.가고시마 스프링캠프 때 혼신의 힘을 다해 서클체인지업을 갈고닦았다.

강의 서클체인지업은 시즌이 깊어질수록 능수능란해졌다.

공 4개 중 하나는 체인지업을 던져 타자들을 헛스윙 또는 병살타로 요리하고 있다.

강은 "경기가 끝나면 아까 그 공의 구질이 무엇이었는지 물어오는 상대팀 후배들이 늘고 있다" 고 즐거워하면서도 "타자들의 눈에 익기 전에 또 다른 비장의 무기를 개발 중" 이라고 말했다. 비장의 무기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강의 또 다른 변화는 빨라진 구속이다. 본격적으로 소방수의 중책을 맡은 지난해 강의 구속은 1백40㎞를 살짝 웃돌 정도여서 진필중.임창용에 비해 처졌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들어 강은 스피드건에 1백48㎞가 쉽게 찍혀나올 정도로 강력해졌다.

이에 대해 강은 "몸무게가 88㎏에서 92㎏으로 늘었고 전에 비해 실밥을 채는 기술이 향상돼 스피드가 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짧은 이닝을 전력투구하며 박진감을 즐길 수 있는 소방수 역할이 마음에 든다는 강상수.

이제 그가 초특급 마무리로 한단계 더 오르려면 상대 타선을 제압할 만한 카리스마를 갖춰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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