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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안동시 무릉랜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14일 오후 안동시 남후면 무릉리 무릉랜드.

안동시내로 들어가는 야산 꼭대기에 우뚝선 높이 20여m의 '대관람차' (둥글게 돌아가는 놀이기구)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무릉랜드 입구에 들어서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10여동의 건물은 폭격을 맞은 듯 폐허로 변해 있다. 유리창은 모두 깨져 있고, 건물마다 구리선을 드러낸 전선이 바람에 흔들린다.

계단식 야외공연장은 바람에 떨어진 플라스틱 의자가 바람에 날려 곳곳에 흩어져 있다. 물썰매장은 바닥이 모두 벗겨진 채 흉물로 방치돼 있다.

휴일 아이와 함께 이곳에 들렀다는 정미영(35.대구시 서구 내당동)씨는 "이렇게 엉망인 시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게 놀랍다" 며 고개를 내저었다.

무릉랜드 입구의 사격장.양궁장 등이 있던 건물에는 녹슨 철근과 세탁기.깨진유리 등이 뒤범벅돼 있었다. 벽에는 낙서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대관람차 밑에는 기름이 담긴 드럼통이 그대로 있고, 바닥엔 기름이 흘러 땅이 시커멓게 변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무릉랜드의 담장 옆에는 산허리를 깍아 택지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주민들은 "멀쩡한 산만 다 망쳐논 꼴" 이라며 "놀이시설을 철거하고 집을 짓든지 해야할 것 아니냐" 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릉랜드가 만들어진 것은 1994년 7월. 야산 2만9천여㎡에 대관람차.물썰매장.전자사격장 등 9종의 놀이시설이 들어서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용객이 갈수록 줄면서 몇차례 휴업을 거쳐 98년 12월 폐업한 뒤 시설물들이 1년반 가까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안동시는 현장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업주에게 몇차례 철거를 요구했지만 곧 시설물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해 기다리고 있다" 며 "위험성이 있는 지 현장을 조사해 보겠다" 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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