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유적 발굴지 파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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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초기 백제시대의 중요한 유적지인 서울 송파구 풍납동 136 일대 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현장이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의해 파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4일 국가사적 제11호로 지정된 풍납토성 유적 발굴지에서 무단으로 공사를 시행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경당연립재건축아파트 조합장 彭모(43)씨 등 3명을 입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3일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굴착기로 발굴현장 1천2백여평 중 1백50여평의 유적과 대형 수혈유구(유적 내 작은 구조물)를 흙으로 덮고 건축자재를 쌓아 일부를 파손한 혐의다.

이들의 문화재 파괴행위는 때마침 유물정리 작업을 위해 현장을 찾은 한신대 발굴단 학생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면서 중단됐다.

파손된 유구는 초기 백제 거주민의 저장시설과 집터 등 7곳으로 이중 4곳은 단순히 흙으로 덮여 복원이 가능하지만 2곳은 유구 일부가 파손됐으며 1곳은 4분의3 정도가 파괴돼 복원이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재개발조합측은 "지난해말에 끝내기로 한 발굴작업이 5개월을 넘긴 채 계속돼 조합원들의 이자부담만 한달에 1억2천만원에 이른다" 며 "5월초 발굴팀이 '중요 유구가 아닌 곳에 야적장을 만들어도 좋다' 고 해 공사에 들어갔을 뿐 문화재를 파괴할 뜻은 없었다" 고 주장했다.

문제의 발굴현장은 한신대 발굴단이 지난해 9월부터 발굴 중인 곳으로 그동안 왕실 고위직을 나타내는 '大夫' (대부) 및 '井' (정)이라는 글귀가 적힌 토기 조각과 태형 건물 터 등 초기 백제의 귀중한 유물과 유적이 다량 출토됐다.

◇ 풍납토성〓백제가 국가의 기틀을 잡아가던 기원전 1세기부터 전성기인 5세기까지 백제의 왕성(王城)으로 알려진 하남 위례성의 실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1963년 사적 11호로 지정될 당시는 학계의 외면을 받았으나 최근 발굴작업을 통해 규모가 폭 40m.높이 9m로 동양 최대의 판축토성(자갈과 흙을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아 만든 성)임이 밝혀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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