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운영 한국대표 홈페이지 부실 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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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정부가 새로 개편한 '한국 대표 홈페이지(일명 웰컴 투 코리아)' 가 부실 투성이다.

이 홈페이지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등을 국내.외에 홍보하겠다" 는 명분과 달리 곳곳에 잘못된 정보와 사진을 올려놓는가 하면 외국에서 발행된 한국 소개 책자의 잘못된 부분까지 그대로 베껴 네티즌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4일 "한글과 영문.만화로 구성된 한국 대표 홈페이지(http://www.korea.go.kr)를 대대적으로 개편, 국가상징 사이트로 운영한다" 고 발표했다.

정부는 "1998년 6월 개설된 홈페이지가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내용을 대폭 보강, 새로 문을 열게 된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홈페이지는 우리나라 역사 소개 사이트에서 훈민정음 창시자를 세종대왕으로 설명하면서도 정작 그림에서는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한 사진에 영조의 영정을 새겨넣었다.

또 문화재 소개에서는 문화관광부 공식 명칭인 숭례문.돈화문 대신 남대문.동대문으로 명칭을 잘못 사용했다가 뒤늦게 남대문 표기만 수정했다.

이와 함께 외국 정부의 웹사이트 연결(링크) 페이지에서는 각국 국기의 좌우를 뒤바꿔 게재, 외국인의 항의를 받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특히 한국 공공기관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는 금융부문에 정작 금융기관은 없이 금융과 아무 관련없는 '야후 코리아' 만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야후코리아를 '국내 제일의 인터넷 미디어로 금융서비스정보를 이곳에서 받을 수 있다' 고 소개, 외국계 기업을 정부가 앞장서 광고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밖에 역사 소개에서도 한국.중국.일본 사이에 역사적 쟁점이 되고 있는 발해에 대한 설명을 아예 빼놓는가 하면 지리소개 부분에서도 독도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미국인 스미스(31.LA 거주)는 "한국 대표 홈페이지라는 말을 듣고 접속해 보았으나 내용과 연계 사이트 정리가 제대로 안돼 무엇을 알리려는 사이트인지 알기 힘들었다" 고 말했다.

네티즌 양모씨도 이 사이트 의견함에 "새 소식은 매일 변경돼야 하는데 5월에 입력된 새 소식은 몇건 되지 않는 것같다" 고 지적했다.

정부가 자신있게 내놓은 한국 대표 홈페이지가 부실한 것은 홈페이지 내용의 상당 부분을 96년 영국 W출판사가 발행한 48쪽짜리 한국 소개책자를 검증작업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인용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마땅한 자료를 찾기 힘들어 외국 책자를 인용한 것은 사실" 이라고 시인하고 "전문가를 중심으로 다시 검증작업을 벌이고 잘못된 부분을 이른 시일안에 고치겠다" 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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