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형제의 전쟁 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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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동생인 자민당의 구니오(邦夫·사진) 전 총무상이 하토야먀 정권을 쓰러뜨릴 저격수로 나섰다. 구니오는 8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개인 모임에서 “1년 후 새로운 깃발을 내걸고 당당하게 싸우겠다”며 정계개편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자민당을 벗어나 많은 동지를 모으게 될 것”이라고 말해 신당 창당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자신과 하토야마 총리가 어머니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받은 문제와 관련, “증여세를 국고에 납입하겠다. 나와 형이 다른 것은 내 정치자금 보고서에는 한 점의 의혹이 없다는 사실”이라며 또다시 유키오를 공격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집안 돈을 정치자금으로 가져다 쓴 경위를 해명해야 한다”는 여론을 이용해 형을 압박한 것이다.

지난달 자민당의 한 계파 모임에서 “형은 주일미군 철수론자”라며 총리에 대한 포문을 열었던 구니오의 정계개편 발언은 일종의 선전포고다.

가뜩이나 미·일 외교 갈등과 불안한 연립정권, 경기침체, 정치자금 문제로 사면초가에 몰린 하토야마 정권이 조기 실권할 것이라는 전망과 때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일 정계는 구니오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자민당에서 정치생활을 시작한 하토야마 형제는 1993년 탈당해 함께 민주당을 세웠지만 2000년 구니오가 자민당으로 복당하면서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이후 하토야마 총리는 외로운 야당의 길을 걸어온 반면 구니오는 자민당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 정부 시절 총무상 등을 지내며 화려한 정치경력을 쌓았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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