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술 이야기' 펴낸 여행작가 허시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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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동안 우리 술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마시다 보니 직접 담그게 되고 술에 담긴 문화까지 찾게 됐습니다. 너무 깊이 빠져 앞으로 헤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술 이야기 『비주,숨겨진 우리 술을 찾아서』를 낸 여행작가 허시명(43)씨. 술을 잘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주량이‘석 잔’이다. “술 맛을 제대로 아는 데는 석 잔이면 충분하다”는 게 그의 ‘변명’이다.
책을 쓰면서 그는 새로운 직업을 하나를 얻었다. 이른바 ‘전통술 품평가’.

“이제 전통주에도 전문 해설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와인을 전문적으로 품평하는 사람을 소믈리에라고 하죠. 말하자면 전통주 소믈리에라고나 할까요.”

이런 그의 말이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최근 일고 있는 전통주 붐 때문이다. 안동소주·홍주·복분자주 등 지방의 명주(名酒)들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데다 산업화도 진척돼 전통주의 양산체제가 구축되고 있다. 인터넷 동호회가 만들어지고 정기적으로 직접 담근 술을 서로 나누고 품평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에 노출되지 않은 전통 술이 많다는 게 그의 말이다. 조선시대에 전국적으로 500∼600백 종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제시대 이래 밀주단속 등의 여파로 지금은 단지 10%정도만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죽력고·백화주·잎새곡주·무술주 등 책에 등장하는 술의 실체를 만났을 때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미 문화재로 지정된 술들이 정장을 입은 신사라면 집 안내에서 전승돼 온 이들 술은 아직 순박한 모습과 장인의 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죽력고는 녹두장군 전봉준이 부상 당한 몸으로 관군에 끌려가는 중에도 찾았다는 명주지만 이미 사라진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술이다. 잊혀진 술을 찾는 것 외에도 전통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는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전승체계가 붕괴해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술이 많다는 점입니다. 공식적인 교육체계를 만들고 일천한 연구수준을 높이는 일도 시급합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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