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틴틴] 두 얼굴의 나라 미국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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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나라 미국 이야기
정범진·허용우 글,정수연 그림
아이세움,216쪽,8500원

어린 시절 흔히 일본을 말할 때 쓰는 관용구가 ‘가깝지만 먼 나라’였다. 반대로 미국은 ‘멀지만 가까운 나라’였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상징되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 게다가 우리와는 전장에서 함께 피를 흘린 ‘혈맹국’이 미국이었다. 그러나 냉전구조가 해체되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사뭇 달라졌다. 미처 못 봤던 어두운 면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우리와의 불평등한 관계도 신경 쓰인다. 달라지지 않은 점은 여전히 미국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일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모습의 미국을 균형있게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주는 일일 테다.

『두 얼굴의 나라 미국 이야기』는 ‘어린이를 위한 미국 보고서’다. 책은 현재의 미국을 ‘힘 세고 무례한’불편한 존재지만 ‘결코 멀리할 수 없는 나라’라고 말한다. 환상이나 감정적 배척 대신 미국의 역사와 정치·문화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를 차근차근 살핀다. 서술에서도 균형을 잡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빈부격차와 인종차별 문제를 언급하면서 교육제도의 합리성을 칭찬한다. 주한 미군과 관련된 불평등한 한·미 관계를 말하면서도 미군이 당장 철수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설명한다. 이런 냉철한 인식을 통해 미래의 한국과 미국은‘동등한 관계’로 다시 서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힘에 기초한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서 어떻게 그런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뚜렷한 해답은 없다. 하기야 어차피 우리세대와 아이들이 함께 풀어갈 문제 아닌가.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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