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부시·매케인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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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일(현지시간) 존 매케인 애리조나 상원의원(공화)이 같은 당 조지 W 부시 텍사스주 지사에 대한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부시 지사는 일단 1차적 원군(援軍)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대통령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매케인은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파괴력은 특히 무소속 유권자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어-부시-매케인의 가상 3자 대결에서 매케인은 23%나 얻었다.

이런 매케인이 만약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지지를 유보하면 부시로서는 낭패다.

자기당 소속의, 가장 가까운 잠재적 지원세력을 놓치는 꼴이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시는 고어 부통령을 앞서지만 지지율 차이는 평균 한자리 수여서 사실상 얼음판 승부다.

부시로선 매케인의 지지가 그만큼 절실했다. '부시 지지선언' 은 매케인으로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매케인은 4년 뒤 백악관에 다시 도전한다는 야심을 다듬고 있다. 매케인의 예비선거 급부상은 강한 개혁적 이미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거나 계속 부시를 외면함으로써 당내 분열을 방치한다면 그는 개혁파를 넘어 과격파나 극단주의자 또는 분리주의자라고 비판받을 소지가 많았다.

매케인은 예비선거에서 당내 주류파에 외면당했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활용해 당의 단합에 기여하고 정도(正道)를 지킬 줄 안다는 평가를 얻을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매케인은 부시와 함께 지지선언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가 얼마나 열심히 부시를 도울지는 미지수다.

또 매케인의 지지로 부시가 결정적인 화력(火力)을 확보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론은 매케인의 분위기가 미적지근(lukewarm)했다고 지적했다.

매케인은 부시에게 소프트머니(무제한 對정당기부금) 폐지 등의 선거자금개혁을 포함, 자신의 개혁정책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부시는 아직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1백% 지지' 의 명분을 확보하지 못한 매케인은 부시를 위한 직접적 선거운동보다는 4년 뒤의 표밭을 위해 상.하원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를 돕는 일에 보다 매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매케인은 부통령 후보직도 거절하고 있다.

1976년 예비선거에서 패한 레이건은 포드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했지만 '성심성의껏' 은 아니었다.

포드는 카터에 패했고 4년 뒤에 재도전한 레이건은 대통령이 됐다.

80년 민주당의 경우도 패배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카터 대통령을 위해 선거운동에 나서긴 했으나 그들의 관계는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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