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막말'이 판치는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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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혼돈의 시대엔 으레 거친 말이 횡행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제와 법도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직자들은 각별히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막강한 영향력의 고위 공직자들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상황은 거꾸로다. 높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는 말을 쏟아낸다. 숫제 막말도 있다.

이해찬 총리는 "언론이 경기부양을 하라고 볶아대는데, 그래야 광고시장이 돌아가겠지만…"이라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 총리는 자신의 입으로 한 달 전에 "경제회생을 위해 획기적 규제개혁을 하겠다"고 한 사람이다. 그 일주일 전에는 "(소비할 분위기만 되면) 우리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그 한 달 사이 경제가 살아났다는 주장인가. 아니면 문제가 있기는 한데 언론이 이를 보도해 국민이 알도록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인가.

언제 신문이 자의적으로 불황이라고 판단했나. 경제현실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고 경제전문가, 심지어 경제부총리.장관들도 같은 시각이니 독자에게 전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느닷없이 언론에 뒤집어씌우니 이게 과연 총리의 말인가. "노무현 대통령과 나는 당당하게 집권했고, 단 한번도 도덕적 불량함과 타협해본 적이 없다"는 말에서는 독선과 함께 짜증 내지는 초조함이 느껴진다.

한상범 의문사위원장의 경우는 점입가경이다. "일제 때 독립투사 때려죽이고 해방 후에도 쏴 죽인 사람들이 상생 어쩌고 떠드는 사람들"이라니. 요령부득이다. 말대로라면 최소한 나이 80~90세 된 친일파들이 발호한다는 주장이라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상생을 들고 나온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인 걸 그가 아는지나 모르겠다.

그는 또 "국보법으로 나라 지키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이미 한번 침략전쟁을 일으켰고 지금도 호시탐탐 적화를 노리는 거대한 무장세력과 대치 중인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어디 있는가. 도대체 무슨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의문투성이인 의문사위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