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폐광마을 주민 악성중피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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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과거 석면광산이 있던 충남 홍성지역의 주민 한 명이 악성 중피종 진단을 받은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환경부가 충남의 석면 폐광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건강검진을 시작한 이후 악성 중피종 환자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악성 중피종은 대부분 석면 때문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0일 삼성서울병원은 원범재(48·충남 홍성군 광천읍 신진리)씨의 질환이 악성 중피종이라고 판정했다. 원씨는 “9월 말쯤 유난히 피곤하고 힘들어 지역 병원에 들렀다 ‘심상치 않다’는 의사의 말에 삼성서울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1년 전 71㎏이던 원씨의 몸무게는 60㎏으로 줄었다. 배에 물이 차 매주 인근 병원에서 빼내고 있다.

원씨는 광천읍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떠난 적이 없다. 도자기공장과 식품회사 등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했다. 석면광산에서는 일한 적이 없다.

하지만 원씨는 어린 시절 석면에 늘 노출된 채 자랐다고 한다. 그는 “내가 다닌 덕명초등학교에서 500m 떨어진 광천역의 석면 야적장이 당시 우리들 놀이터였다”며 “친구들과 눈싸움하듯 석면을 던지고 받으며 야적장에서 온 종일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게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광천역 야적장은 인근 광천읍 상정리 광산에서 채굴한 석면을 화물열차에 싣기 전에 쌓아놓던 곳이다. 상정리 광산은 1990년 폐쇄됐다.

원씨를 진단한 삼성서울병원 이지연(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원씨의 경우 늑막(흉막) 중피종이 아닌 복막 중피종”이라며 “석면이 아닌 다른 것이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최예용 집행위원장은 “원씨 사례는 어렸을 때 석면에 노출됐다 긴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 석면 피해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 6월 홍성·보령지역 주민 215명에 대한 검진 결과 88명이 석면과 관련된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었다.

당시 주민 한 명이 중피종을 앓는 것으로 의심됐으나 악성은 아닌 것으로 환경부는 발표했다.

원씨의 집은 광산에서 2㎞ 이상 떨어져 있다. 그래서 광산 반경 1㎞ 이내 주민을 대상으로 한 당시 환경부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환경부 이영기 생활환경과장은 “복막 중피종은 사례가 별로 없어서 석면과 관련이 있는지 외국 사례 등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성=홍혜진 기자

◆악성 중피종=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늑막)이나 복부 내장을 둘러싸는 복막의 표면에서 발생한 악성종양. 전체 발생 사례 중 흉막이 80%, 복막이 20% 정도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악성 중피종은 석면에 노출됐을 때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10~40년 정도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석면과 관련된 악성 중피종으로 숨진 사람은 33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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