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무기소지 자유화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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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러시아에서 일반인의 무기 소지를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북오세티야 학교 인질극 사태가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여파다. 국가 공권력이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따라서 시민들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자위용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주요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16일 학교 인질극 사건 이후 주민들이 사냥총 등 자위용 무기를 구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서는 지금도 사냥총.가스총 등을 소지할 수 있다. 정신병자나 알코올 중독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서류를 관할 경찰서에 제출, 허가를 받으면 된다. 신문은 또 일부 주민이 사설 경비회사 직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돈을 주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합법적으로 무기를 소지하기 위한 편법이다.

이와 관련, 네티즌 사이에서는 일반인의 무기 소지를 완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국가는 시민을 보호해 줄 능력이 없다. 개인의 무기 소지를 허용해야 한다. 부모가 모두 권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테러범들이 베슬란의 학교에 침입했겠는가"라며 무기 소지 자유화를 강력히 주장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무기 소지 자유화가 테러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없다. 오히려 유혈 사태를 증가시킬 뿐이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국가두마(하원)에서도 법률 개정을 통해 일반인의 총기 소지를 자유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기 소지 문제는 지난해 9월에도 하원에서 논의됐으나 법안이 상정되지는 않았었다. 사회 혼란을 우려한 비판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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