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김 호텔에 거물급 드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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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미동포 로비스트 린다 김이 밀착로비를 하던 1996년 당시 기무사령관은 임재문(林載文.98년 예편.예비역중장)씨다.

그는 3일 본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재임때 린다 김에 대한 내사(內査)작업을 통해 그녀를 요주의 인물로 파악한 바 있다" 고 기억했다.

林씨는 김영삼(金泳三)정부 때 4년5개월간 최장수 기무사령관을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린다 김을 왜 조사했나.

"96년 봄 백두사업(대북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사업자를 선정하기 직전 린다 김이 군 고위층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과 자주 만난다는 첩보가 들어와 내사를 시작했다. 린다 김이 머무르는 서울의 호텔에는 군 고위층 및 정계 거물인사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그 가운데는 이양호(李養鎬)당시 국방장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 호텔에서 만나는 것도 비정상적이었지만 린다 김이 재미동포 여자여서 찜찜했다. "

(이와 관련, 기무사 고위 관계자는 "린다 김이 미국 스탠퍼드대를 나왔다고 주장하고 다녔으나 조사결과 사실이 아니었고, 몇가지 부분에 있어 거짓말을 하고 다녀 요주의 인물로 지목했다" 고 말했다. )

- 이양호 당시 장관에게 린다 김의 행적을 보고했나.

"조사가 끝난 뒤 李장관을 찾아갔다. 그에게 어떤 사이냐고 물은 뒤 '자주 만나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조심하는 게 좋겠다' 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李장관은 '鄭장관(정종택 환경부장관)과 조카사이' 라며 '오해하지 말라' 고 하더라. 그래서 조카건 말건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재차 권유했다. "

- 린다 김의 로비가 백두사업 입찰과정에 작용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녀는 고위층과의 접촉을 주로 호텔에서 가졌기 때문에 (금품수수 등)결정적인 증거는 잡지 못했다. 하지만 린다 김의 행적은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당시 李장관은 백두사업과 관련해 한.미 관계를 강조하면서 우리 군의 무기가 미국 것과 같은 종류여야 한다는 상호운용성(相互運用性)을 자주 내세웠다.

그렇지만 李장관의 그런(미국 회사를 지지하는) 태도는 수긍이 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백두사업은)그렇게 미국 회사(E시스템)에 갔다. 린다 김의 로비에 의해 무기(백두사업)가 결정된 것으로 생각된다. "

- 당시 李장관이 린다 김을 계속 만났나.

"李장관에게 린다 김을 만나지 말라고 충고한 후에도 우리는 그녀의 행적을 추적했다. 그러나 李장관은 린다 김을 계속 만난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금품관련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

- 린다 김이 다른 군 고위층과 접촉은 없었나.

"李장관에게 충고를 한 뒤 기무사령부는 그녀를 '요주의 인물' 로 지목, 군 관계자들의 접촉을 제한했다. 이후 '동부전선 전자전장비사업' (북한군의 무선통신 감청.방해)의 후보 기종(機種)국가에 대한 현지조사가 이뤄진 96년 7월에도 린다 김에 대한 투서가 잇따랐다.

또 李장관이 장관직을 그만둔지 몇달이 지난 97년초 김동진(金東鎭)당시 장관 등 군 수뇌가 모인 군무회의에서 린다 김을 만나지 말 것을 다시 강조했다. 그때부터 군 수뇌부와 그녀와의 접촉이 완전히 끊어졌다. "

김민석.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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