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잃은 수능 … 최상위권선 면접·논술 영향력 클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8일 올 수능이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바빠지게 됐다. 수능 성적을 대폭 반영하는 정시모집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한 입시업체의 대입 설명회 모습. [뉴시스]

올해 수능 시험에서 언어·수리 영역 만점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에겐 올해 수능의 변별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능이 변별력을 잃으면 면접이나 논술 등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1등급 구분 비율에서도 이런 현상은 분명하게 나타났다. 1등급은 상위 4%를 기준으로 구분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수리 나형에서는 1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이 5.9%로 나타났다. 최상위권에 학생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수리 가형과 나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모두 142점이었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가형은 12점, 나형은 16점 떨어졌다. 표준점수가 낮아진 것은 그만큼 올해 수리 영역이 쉽게 출제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중위권 점수대에서도 나타난다. 수리 나형에서는 3등급 구분 점수(119점)를 받은 중상위권 학생 수가 지난해보다 두꺼워진 분포를 보인다. 수리 가형이 쉽게 출제되면서 수리 영역의 변별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목이 많은 탐구영역에서는 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가 최대 31점까지 벌어졌다.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현상이 올해도 나타난 것이다.

탐구영역에서 1등급 비율은 사회탐구 영역에서 세계사(9.34%), 경제지리(7.27%), 정치(7.13%), 국사(7.09%), 윤리(6.26%), 한국근·현대사(5.44%) 등으로 1등급 구분 비율인 4%보다 높게 나왔다. 과학탐구 영역에서는 생물Ⅰ(6.53%), 물리Ⅱ(6.05%), 물리Ⅰ(5.05%)이 4%대를 넘어 쉽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2외국어·한문영역에서는 아랍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해도 100점을 기록해 독일어I·프랑스어I·일본어I·한문(69점)과 무려 31점이 벌어졌다.

올해 수능에서는 어떤 영역과 과목에서 특정 등급이 비는 ‘등급 블랭크’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청솔학원 오종운 평가연구소장은 “상위권 점수대가 두껍게 되면서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이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