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풀린 학교교육] 下.'초고속과외망' 활용 공교육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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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중동고교 교사들은 지난해부터 인터넷을 통해 방과 후 학생들과 만난다. 수업할 내용을 모두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이들은 매일같이 학생들의 문제풀이 궁금증도 해결해 주고, 논술 특강에 숙제 검사까지 해준다.

이 학교 정창현(鄭昌鉉)교장은 "인터넷 원격 수업이 무분별한 과외의 대안이 될 것 같다" 고 말했다. 수준높은 교사를 누구나 저비용으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면 망국적 과외병 퇴치에 도움이 된다는 발상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입시 제도를 뜯어고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 과외망국병을 예방하는 처방" 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데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효과도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이에 따라 과외 대책은 장.단기 정책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단기 대책〓모든 초.중.고교에 올해 안에 PC와 초고속통신망이 구비되므로 이를 활용하면 사교육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제안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에듀넷' 등을 통해 유명 강사의 양질의 수업을 교실이나 집에서 들을 수 있게 하면 과외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외로부터 세원을 발굴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징세한 뒤 이를 공교육에 투입하자는 제안도 많다.

숙명여대 교육학과 송기창(宋基昌)교수는 "개인 과외를 하는 학원 강사나 대학생은 등록.신고를 의무화하고, 비등록사업자의 과외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적발되면 세금탈루 추적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 말했다.

과외에서 소외되는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이화여대 경영학부 김성국(金聲國)교수는 "지자체가 운영.후원하는 교습소를 확대, 대학생 자원봉사로 저소득층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법도 있다" 고 말했다.

아예 사교육에 일정 부분 맡기자는 파격적인 주장도 있다. 일본의 경우 초등학교는 주3일 수업을 실시하고, 나머지 3일은 학교가 바우처(voucher)를 발행해 학생들이 인적.물적 기반이 잘 갖춰진 학원을 이용토록 하는데 이를 도입할 만하다는 것이다.

◇ 중.장기 대책〓공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주류다.

인하대 교육학과 홍후조(洪厚祚)교수는 "공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책이 선행되지 않는 한 과외는 불가피하다" 며 "교육재정 수준을 GNP 대비 6%까지 끌어올려 학급 규모를 적정화하고 학습 내용과 방법을 쇄신해야 한다" 고 말했다.

입시제도와 관련, 대학들은 총점 등에 의한 선발 방식을 지양하고 고교는 석차 대신 성취도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대 윤정일(尹正一)교수는 "고교 교육만 충실히 받으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대학들은 학생들의 기본적인 자격을 토대로 특기.적성 위주로 선발해야 한다" 고 말했다.

서울 언북중 고원영(高元永)교장은 "중.고교 성적표에 석차가 적혀 나오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며 "석차가 아닌 성취도 평가로 내신 과외 욕구를 줄일 수 있다" 고 제안했다.

강홍준.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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