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 위협" 에이즈와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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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를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질병으로 규정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30일 보도했다.

특정 국가나 단체가 아닌 질병이 국가안보차원에서 다뤄지고 그를 위해 NSC가 동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NSC는 "에이즈가 한 국가를 전복하거나 민족간의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고 자유시장경제 및 민주주의체제 자체를 작동 불능의 상태로 만들 수 있다" 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백악관에 실무 대책반을 신설하는 한편 아프리카 등 외국의 에이즈 퇴치를 위해 사용될 예산을 현재의 두배인 2억5천4백만달러로 증액키로 했다.

또 미 정보기관들도 지난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에이즈가 외국 정부와 사회, 특히 아프리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남아프리카 인구의 약 25%가 에이즈로 사망할 것이며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는 향후 20년간 급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하라 사막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현재 감염자가 2천3백만명에 달하며 하루에 5천명 이상이 새로 감염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에이즈로 사망한 1천3백만명 중 1천1백만명이 아프리카인이었다.

미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에이즈는 빈곤계층 사람들과 일부 중산층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양산된 고아들은 파괴와 약탈의 희생자로 전락하고 있다" 며 "20년 이내에 적어도 사하라 사막 주변 아프리카국 등은 인구 감소에 따른 파국에 직면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미 정부는 이로 인해 혁명 전쟁, 민족 전쟁, 대학살과 정부 전복 등의 사태가 개발도상국에서 빈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와 함께 미 정보기관들이 오는 2010년에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에이즈 감염자가 아프리카의 감염자 수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재 아시아의 에이즈 감염자 수는 아프리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감염률이 매우 높고 아시아 각국 정부의 대처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뒤에는 아프리카의 감염자 수를 능가할 것으로 미 정부는 보고 있다" 고 전했다.

미 정부는 옛 소련연방과 인도에서 특히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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